뉴질랜드도 식량안보론 '고개'?…"수출 앞서 국민부터 먹이자"
빈곤 연구가 "4천만명분 식량생산해도 전국민 40%는 '식량 불안정 상태'"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농업 선진국 뉴질랜드에서 4천만 명을 먹일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데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뉴질랜드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뉴질랜드라디오(RNZ) 방송은 이에 따라 식량을 외국으로 수출하기 전에 500만 국민들부터 먼저 먹이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빈곤 연구가 레베카 그레이엄 박사의 조사 결과 등을 소개하며 뉴질랜드 가구의 40% 정도가 먹을 것이 충분치 않은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고 어린이들의 19%가 식량 불안정 가구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박사는 식량 불안정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작업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식사를 하기 위해 매일 90분씩 걸어 다니는 여성을 인터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그 여성이 하루에 먹는 유일한 한 끼 식사다. 그 여성이 먹는 건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 가구의 33%가량이 보통 정도의 식량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며 이들은 식량이 충분치 않거나 영양가 면에서 좋지 않고 가격이 싼 식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약 7%는 심한 정도의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은 식량이 떨어져 하루나 이틀 굶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량 불안정을 겪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주로 연금 생활자였으나 지금은 그게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 때문에 도시에 살면서 최저 임금으로 집세를 내야 하는 가족인 경우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생활비는 계속 오르고 집세까지 치솟아 식비 지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4천만 명을 먹일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해 대부분 수출하고 있다.
낙농품 수출은 연간 160억 뉴질랜드 달러(약 12조7천307억 원), 소고기 수출은 37억 달러, 양고기 수출은 39억 달러에 달한다.
수출 가격은 종종 뉴질랜드 내 식료품 가격까지 끌어올린다.
오클랜드테크놀로지대학(AUT) 일레인 러시 영양학 명예교수는 영국에서 뉴질랜드산 과일과 채소가 뉴질랜드에서보다 더 싸게 팔리는 것을 보았다고 밝혔다.
러시 교수는 그것뿐만이 아니고 식음료 수출품과 수입품의 영양 정보를 비교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뉴질랜드가 영양가 높은 단백질과 지방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수입하는 건 탄수화물이나 당분처럼 영양가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인들은 뚱뚱해지고 풍요의 땅에서 굶주리는 사람들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 교수는 한 논문에서 "충분한 양의 고품질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자국민부터 먼저 먹여야 한다"며 뉴질랜드 국민들부터 양질의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한 다음 수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량 생산 부문은 사고의 전환을 통해 현실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싱크탱크 '아오테아로아서클'과 국가 식량 전략을 세우고 있는 회계경영컨설팅 기업 KPMG의 이언 프라우드풋도 국민 500만 명을 먼저 먹이자는 구상은 농업 관련 모임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며 업계 반응은 호의적이었다고 말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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