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호르몬 치료, 치매 위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폐경 후 호르몬 대체 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이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HRT는 폐경과 함께 여성 호르몬이 끊어지면서 겪게 되는 갱년기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제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뇌 과학 혁신 센터(Center for Innovation in Brain Science) 소장 로베르토 브린톤 박사 연구팀이 45세 이상 폐경 여성 약 40만 명을 대상으로 평균 5년에 걸쳐 진행한 추적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0일 보도했다.
6년 이상 HRT를 받은 여성은 받지 않은 여성보다 치매 위험이 79%,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이 7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HRT를 1년 이상 계속한 폐경 여성이 1년 미만에 그친 여성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다른 형태의 치매, 그리고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이 낮았다.
전체적인 위험 감소는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났고 HRT의 유형, 투여 방법, 투여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 에스트라디올 또는 프로게스테론은 합성 호르몬보다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약 형태의 호르몬은 신경퇴행성 질환 전체의 위험 감소, 피부를 통해 투여하는 HRT는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이 컸다.
이 결과는 HRT와 치매 위험 감소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될 수 없지만, 치매의 새로운 치료법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뉴욕 노스웰 헬스의 산부인과 전문의 질 라빈 박사는 HRT가 뇌 건강을 개선하는 예방 수단으로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논평했다.
뉴욕 레녹스힐 병원 부인과장 아디 카츠 박사는 폐경 여성은 뇌에 안개가 낀 것 같이 집중이 잘 안 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멍 때림) 현상을 호소한다면서 이는 여성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과거의 관찰기록을 바탕으로 분석이 진행된 후향적 연구(retrospective study)라면서 HRT가 폐경 여성의 치매 또는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려면 전향적(prospective)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HRT는 안면홍조, 야한증, 기분 변화, 우울증, 관절통, 질 건조증,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 치료에 효과가 있지만 유방암, 자궁암, 뇌졸중, 혈전 위험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의사와 득, 실을 충분히 상의한 뒤 시작할 것을 그는 권고했다.
HRT에는 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이 혼합된 경구용 호르몬제제가 사용된다. 에스트로겐만 투여하면 자궁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HRT는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단기 투여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Alzheimer's Association)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and Dementia)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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