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주의 반성' 독일 훔볼트포럼 개관…한국관은 두달 뒤 열어
전시공간 일본의 10분의 1…"한국작품 소장품 적고, ㎡로 의미 잴 수 없어"
"한국전담 큐레이터 영입 추진…향후 한국관 부각되게 전시공간 개선 검토"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식민주의 역사 반성'을 기치로 내건 독일 훔볼트포럼의 아시아미술관 내 한국전시관 개관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관의 전시공간 규모는 소장품 중 한국 작품이 적어 일본이나 중국 전시관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공간의 크기가 전시의 의미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훔볼트포럼 측은 설명했다.
훔볼트포럼은 한국담당 전담 큐레이터 영입을 추진, 한국 측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향후 한국관이 부각되게 전시공간 개선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훔볼트포럼은 20일(현지시간) 모니카 그뤼터스 문화장관과 미하엘 뮐러 베를린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열고, 지하층과 1∼2층에 6개의 전시를 시작으로 방문객을 받는다고 밝혔다. 첫 100일간 입장료는 무료다.
재건된 베를린 왕궁에 들어선 훔볼트포럼은 연간 방문자가 300만 명인 도심 '박물관 섬' 앞의 '21세기 최대 문화프로젝트'다. 과거 제국주의를 상징하던 공간에서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담아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문화·예술을 전시하고 역사와 과학, 사회에 대해 토론하는 복합공간이다.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은 훔볼트포럼의 핵심 주제로, 탈식민주의 관점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식민지배에 대한 지속적이고 투명한 성찰의 실천 방법을 찾아내는 것과 함께 가장 중심에 놓여있다.
3∼4층 아시아미술관의 지중해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동서무역로 비단길을 비롯해 한·중·일 전시공간과 민속학 박물관의 음향 사료, 아프리카 유물 중 일부는 오는 9월 23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나이지리아에 반환키로 한 베닌 약탈문화재를 비롯해 중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미술관과 민속박물관의 나머지 소장품은 2022년 상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모두 1만4천㎡에 달하는 아시아미술관 내 한국관의 규모는 60㎡로 일본관이나 중국관의 10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이는 아시아미술관과 민속학박물관 소장품 50만점 중 한국 작품이 180점에 불과할 정도로 적기 때문이라는 게 훔볼트포럼 측 설명이다. 그 사이 민속학 박물관에서 한국 소장품이 700∼800점 더 확인됐지만, 미술작품과 유물 간 경계가 모호해 전시대상을 명확히 선정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하르트무트 도걸로 훔볼트포럼 재단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훔볼트포럼은 박물관만이 아니며, 문화의 의미는 ㎡ 단위로 잴 수 없다"면서 "한국관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작품이 우수하고 거의 모두 전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스 크리스티안 코흐 국립 아시아·민속학 박물관장은 연합뉴스에 "한국관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그렇다고 두드러지게 전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전시관에 연결된 더 넓은 공간에 한중일의 서예 작품과 3국 간 문화적 연결고리에 대해 중점적으로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담당 큐레이터 영입을 추진, 한국 측과 협력을 강화해 향후 한국관이 좀 더 부각될 수 있도록 전시공간과 관련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 왕궁은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뒤 재건됐으나 1950년 동독 정부에 의해 폭파됐고, 이후 동독 의회 건물로 새로 세워진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녔다.
통일 이후 독일은 석면 문제 등으로 동독 의회를 철거한 뒤 과거 제국주의를 상징하던 공간을 재건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문을 연 훔볼트포럼에서는 인간과 상아의 관계에 관해 총체적이고 비판적인 격론 끝에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에 이르게 되는 '끔찍하게 아름다운-코끼리, 인간, 상아' 특별전과, 3∼10세 어린이가 앉기의 문화적 기술에 대해 탐험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 특별전이 선보였다.
훔볼트대학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상, 전 세계적 민주주의의 위기 간에 상호작용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자연에 따르면'전과 혁명, 자유공간, 경계선, 즐거움, 전쟁, 패션, 연루 등 7개 주제를 기반으로 베를린과 전 세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베를린시 박물관과 문화프로젝트 베를린의 '베를린 글로벌'전도 시작됐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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