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실수로 황금종려상 먼저 발표
스파이크 리, 행사 초반에 수상작 '티탄' 공개
(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2주 가까이 이어지는 칸 국제 영화제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누구에게 안길 것인가를 향해 달려간다.
프랑스 칸 영화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화제, 독일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이지만 황금종려상이 갖는 무게는 황금사자상, 황금곰상을 능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영화제가 열리지 못해 주최 측이 초청작만 발표하고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한 만큼 올해에는 어떤 영화가 그 영광을 품을지에 관심이 주목됐다.
하지만 17일(현지시간) 오후 7시 30분 팔레 데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은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의 실수로 김이 빠졌다.
폐막식은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발표하며 대미를 장식해야 하는데, 리 감독이 그만 행사 초반 '티탄'이 황금종려상을 받게 됐다고 발표해버린 것이다.
폐막식 진행을 맡은 프랑스 배우 도리아 티이에가 프랑스어로 오늘 발표할 수상작 중 하나를 공개해달라고 하자 리 감독이 대본에 적혀있는 것을 읽었는데 그게 바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었다.
일순간 팔레 데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은 혼돈에 휩싸였지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애초 계획대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를 발표하며 시상식 수순을 밟아갔다.
마침내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발표할 차례가 다가오자 리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고 "일을 망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또다시 실수했다.
시상자를 먼저 소개하고 수상작을 발표해야 하는데 시상자가 무대에 올라오기도 전에 우렁찬 목소리로 "황금종려상은…"하고 운을 뗀 것.
객석에서는 "그거 아니다"라고 소리가 나왔고, 다른 심사위원들이 리 감독을 말렸다. 급기야 사회자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서 리 감독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황금종려상 시상을 맡은 미국 배우 샤론 스톤이 무대에 나타나서 짧은 인사말을 끝내자, 진행자는 "자, 스파이크 위원장님, 이제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무대 한쪽 끝에 마련된 심사위원단 자리에서 단상이 놓인 중간까지 샤론 스톤의 손을 잡고 걸어간 리 감독은 샤론 스톤에게 쪽지를 건네면서 "이 사람은 망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샤론 스톤은 리 감독을 바라보며 "확실해요? 준비됐어요? 지금 하면 되나요?"라고 물은 뒤 "황금종려상은 티탄!"이라고 외치며 우왕좌왕했던 상황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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