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테러리스트' vs '순교자'…둘로 쪼개진 홍콩
경찰관 피습 사건 가해자 추모 분위기 퍼져…당국 "테러 지원·선동 행위" 비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 1일 홍콩에서 발생한 경찰관 피습 사건으로 홍콩사회가 둘로 쪼개졌다.
공권력에 도전하고 홍콩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가해자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사건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자, 홍콩 주권반환 24주년 기념일이었던 1일 밤 10시께 홍콩의 대표적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발생했다.
50세 남성이 거리에서 경계 근무 중이던 28세의 경찰관을 흉기로 찌른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중태에 빠졌던 피해 경찰관은 수술 후 회복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찰은 가해자의 집을 수색한 결과 그가 가짜 뉴스에 현혹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과 경찰을 향해 적개심을 키워온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번 사건을 '외로운 늑대'(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에 의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이후 보안당국은 물론이고 정부 고위관리들이 잇따라 "가해자를 추모하는 것은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선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실제로 가해자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행 현장을 찾아 가해자를 추모하는 이들이 이어지고, 소셜미디어에서도 그를 '순교자'로 추앙하며 애도하는 글이 퍼져나가고 있다.
홍콩 교육부장관은 "가해자 추모를 위해 범행 현장에 자녀를 데려가는 행동은 윤리에 반하는 것이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일선 학교 교장과 교사에 내려보냈다.
가해자가 근무했던 음료회사 비타소이에서는 내부적으로 범인의 유족을 위로하는 내용의 메모가 공유됐다.
이 메모가 외부로 유출돼 비타소이의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회사는 해당 메모가 회사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라고 세 차례 사과하며 이를 작성하고 공유한 직원을 해고했다.
일부 법학자와 평론가들은 대중의 추모 행위가 표현의 자유이며, 범행 현장에 단순히 헌화하는 행동을 테러리즘과 결부할 수는 없다고 평했다.
대중의 행위는 죽음에 대한 순수한 추모이거나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존 리(李家超) 정무부총리는 "테러리즘 옹호자는 1천년의 죄인"이라며 급진적 범죄의 파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홍콩대 학생회는 가해자를 추모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가 홍콩보안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자 집행부가 총사퇴했다.
학생회는 결의안에서 "그(가해자)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표하고 유족에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며 "홍콩을 위한 그의 희생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8개 공립대학은 테러리즘과 폭력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며칠 후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학생회가 사과하고 사퇴했지만 학교는 조치를 계속해야한다"며 "나는 극도로 화가 났다. 학생대표들이 이런 짓을 하도록 놔둔 대학이 부끄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홍콩대는 성명을 통해 더 이상 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이번 사안을 진지하게 조사해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16일에는 홍콩보안법 담당 경찰들이 홍콩대 학생회 사무실을 급습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홍콩 경찰은 피습 사건 후 '범죄 예방을 위해' 사건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색 결과 가방에서 커터칼이 발견됐다며 범행 현장에 헌화를 하려던 한 여성을 체포하기도 했다.
경찰관 피습 사건에 홍콩 사회의 혼란과 분열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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