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단 외출·일반인과 셀카…'버블 방역' 유명무실
델타 변이 빠르게 확산·도쿄 신규 확진자 절반 차지해
(도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해 입국한 이들이 거품 막 속에 머무는 것처럼 14일 동안 현지인과 접촉하지 않도록 차단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버블 방역' 구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측에서는 입국자가 현지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확산시킬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반면 검사에서 여러 차례 음성 판정을 받고 백신까지 접종한 후 올림픽을 위해 입국한 외국인이 일본에서 역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입국자가 증가하면서 현지인과 이들을 분리한다는 계획은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해 일본에 온 대회 관계자가 지정된 숙박시설에서 특례 외출을 하는 경우는 조직위의 감독자를 대동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도쿄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방역 규정집인 '플레이북'에 따르면 선수를 제외한 대회 관계자는 입국 후 14일 이내의 기간에 숙박시설이나 관련 시설에서 식사할 수 없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편의점, 테이크아웃 음식점, 식당의 개별실을 특례로 이용할 수 있다.
일본 내각관방은 특례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감독자가 대동하도록 했으나 대회 후원자 등 약 180명이 숙박하는 도쿄의 한 호텔 지배인은 '감독자가 1명뿐이며 관계자 외출 때 동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방역 지침이 규정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은 현지 공영방송 NHK의 보도로 알려졌으며 14일 열린 야당의 합동 청문회에서 내각 관방이 문제를 인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회를 위해 입국한 이들이 14일 동안 일본 현지인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버블(거품) 방역은 공항에서부터 철저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
14일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으로 도착한 브라질 대표팀의 경우 일반인과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거나 주먹을 가볍게 마주치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대표팀과 일반 승객이 같은 항공기를 탄 경우 시차를 두고 내리게 하지만 탑승자가 소수인 경우 함께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 입국자가 머무는 숙박시설 측은 대중교통 이용 등을 제한하는 입국 14일 이내 체류자와 14일을 넘긴 체류자를 제대로 구분해 점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지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이달 12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 중 인도에서 먼저 유행했던 델타 변이에 감염된 이들은 직전 일주일과 비교해 1.7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후생노동성이 확진자 검체 중 일부를 추출해 검사한 결과 133명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직전 일주일 동안 델타 변이로 확인된 이들은 80명이었는데 약 66%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립감염증연구소가 민간 검사기관 6곳의 정보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도쿄도(東京都), 사이타마(埼玉)·가나가와(神奈川)·지바(千葉)현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신규 확진자의 약 44%가 델타 변이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며 다음 달 초에는 그 비율이 약 8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쿄의 경우 이미 델타 변이가 신규 확진자의 49%에 달했고 이달 말에 약 8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