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불 끄려는 쿠바…소셜미디어 막고 무더기 체포
기자 등 100여 명 체포돼…유튜버가 생방송 인터뷰 중 끌려가기도
순찰 강화·소셜미디어 차단도 계속…쿠바 밖 지지 시위 이어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쿠바에서 지난 11일 이례적인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진 후 쿠바 당국이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온·오프라인 통제를 이어가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시위 선동의 수단으로 지목하고 연결을 차단하는 한편, 거리에 경찰 순찰을 늘리고 시위 참가자 등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은 11일 쿠바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 이후 독립 언론인 과 반체제 인사 등 100여 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활동가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40곳 넘는 장소에서 일제히 벌어진 당시 시위에선 극심한 경제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생활고에 지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유"와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예술인 등을 중심으로 한 쿠바 반체제 단체 산이시드로운동은 이날 트위터에 시위 이후 당국에 체포됐거나 사라진 이들의 명단을 공유했는데 100명이 훌쩍 넘는다.
21세 아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도 아바나의 경찰서를 찾은 50세 여성은 AFP에 "(경찰들이) 집으로 와서 아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때렸다. 셔츠도 못 입고 마스크도 못 쓴 채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어제(12일) 경찰이 딸을 데려간 후 아직 아무 소식도 못 들었다"고 호소했다.
체포된 이들 중엔 스페인 일간지 ABC 등에 기사를 쓰는 쿠바 국적 기자 카밀라 아코스타(28)도 포함됐다. 아코스타는 11일 시위를 취재하고 이튿날 체포됐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쿠바 정부를 향해 "자유롭고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존중하라고 촉구하며, 아코스타를 즉시 석방하라고 말했다.
유튜버가 생방송 인터뷰 중에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쿠바의 배우 겸 유튜버인 디나 스타스는 이날 스페인 방송과 화상 인터뷰를 하던 중 "밖에 경찰이 왔다"며 자리를 비웠고, 이후 돌아와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정부의 책임이다. (경찰이) 함께 가자고 한다"며 카메라를 껐다.
이후 스타스가 경찰 두 명과 함께 차량에 올라 떠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스타스는 11일 시위에 참여해 현장 영상을 올린 바 있다.
줄리 정 미국 국무부 서반구 차관보는 트위터에 "쿠바 당국이 수십 명의 평화로운 시위자, 그리고 디나 스타스와 같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체포하고 때리는 것을 전 세계에 보고 있다"며 체포된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거리의 보안도 한층 강화됐다.
AP통신은 이날 아바나 곳곳에 경찰이 끊임없이 순찰하고 주요 건물 주변 경비가 삼엄해졌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도 이어졌다.
인터넷 모니터링업체 넷블록스는 쿠바가 12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메시지 앱의 접속을 차단해 현재까지 부분적인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 당국은 11일의 반정부 시위가 미국 내 '반혁명주의자'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동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기술과 정보 통로 차단은 쿠바 국민의 정당한 요구와 열망에 대처하는 방식이 전혀 아니다"라며 쿠바 지도자들이 모든 통신 수단을 개방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쿠바 당국의 빠른 온·오프라인 통제로 11일 수준의 대규모 시위는 다시 일어나지 않고 있다. 12일 저녁 아바나에 100명가량이 모여 '독재 타도'를 외쳤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다만 쿠바 출신 이민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미국 마이애미를 비롯해 멕시코, 브라질, 페루, 스페인 등 쿠바 밖에서는 지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무허가 집회가 금지돼 있는 공산국가 쿠바 내에서 마지막으로 이 정도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것은 1994년 8월이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처음이었던 당시 시위도 극심한 경제난이 원인이었는데, 이번 시위와 달리 수도 아바나에서만 일어났고 경찰에 빠르게 진압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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