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기 일단 넘긴 현대차, 성과급·정년연장 입장차 '관건'
14일 교섭 재개…성과급 지급 규모 놓고 추가 조율 이뤄질듯
울산시장 "대승적 차원서 조속히 타결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005380] 노조가 파업을 미루고 사측과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3년 만의 파업 위기도 일단 넘기게 됐다.
다만 성과급과 정년 연장 등을 놓고 노사의 입장차가 커 당초 계획한 여름 휴가 전까지 노사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등 쟁의행위 돌입을 유보하고 14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9일 하언태 현대차 사장이 이상수 노조지부장을 직접 찾아가 교섭 재개를 요청한 데 이어 이날 사측이 노조에 교섭을 재개하자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한 답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일단 3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게 됐다.
노조는 14∼20일을 성실 교섭 기간으로 정했다. 노사 모두 여름 휴가 전 타결 의지가 강한 만큼 이 기간 내에 집중 교섭이 이뤄지면 늦어도 다음 주 중에 잠정합의안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노사가 성과급 규모와 정년연장 등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노조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전면 파업 혹은 부분 파업 등의 카드로 사측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임금 9만9천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작년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해 온 반면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등을 1차로 제시했다가 노조에 거부당했다.
현대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호실적을 이어가는 만큼 이후 재개되는 교섭에서는 성과급 지급 규모를 놓고 추가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연장의 경우 향후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을 고려하면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동조합 역시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산업계 안팎에서 자동차 업계의 연쇄 파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 노조가 섣불리 파업 카드를 꺼내 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기아[000270] 노조는 최근 내부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지부의 압도적 쟁의행위 결의를 지지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9만9천원(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정년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5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6.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으며, 현재 중노위 조정 결과를 기다리며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GM 사측은 이날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2만원 인상, 일시·격려금 350만원 지급안을 처음 제시했지만 노조는 요구안(기본급 9만9천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천만원 이상의 일시금 지급)에 미치지 못한다며 추가 제시안이 나올 때까지 교섭을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다.
파업에 대한 지역 사회의 우려도 크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코로나19와 장기 불황 등 지역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거대 사업장의 노사 대립은 회사뿐 아니라, 지역 경제 어려움을 가중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큰 충돌 없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현명한 결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는 여전히 자동차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으로 이달 5일부터 브라질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오는 15일부터 일단 1교대 근무 체제로 재가동한 뒤 이후 반도체 수급 상황을 보면서 가동 계획을 정할 방침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 있는 현대차 브라질 공장은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로 지난 5월 기존 3교대에서 2교대로 근무 체제를 축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교대로 전환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이미 상반기에 7만대 가량의 손실을 입었으며, 한국GM 역시 반도체 품귀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으로 당초 계획 대비 8만대 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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