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폭동 확산에 군 배치…6명 사망·LG공장 불타(종합2보)
주마 전 대통령 구금 후 나흘째 소요 …더반 LG공장 전소·수도권 약탈 번져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함께 촉발된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수도권까지 번지면서 군부대가 긴급 배치되기에 이르렀다.
폭동과 약탈 와중에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이 불에 타는 등 우리 기업도 큰 피해를 봤다.
12일(현지시간) eNCA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는 나흘 전부터 주로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다가 지난 주말 경제 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로도 확산했다. 이 와중에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에서 4명, 콰줄루나탈에서 2명 등 6명이 사망했다.
남아공 국방군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경찰 등) 사법 집행 기관을 보조하고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하우텡과 콰줄루나탈에 병력을 배치하는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지역에서 상점 수십 곳이 폭도들에게 털린 가운데 콰줄루나탈주의 주도인 피터마리츠버그에선 한 대형 쇼핑몰의 지붕이 큰 화염에 휩싸이고, 요하네스버그에서도 한 대형마트가 약탈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영됐다.
교민 피해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더반 산업단지에 위치한 LG 공장은 이날 새벽 '무장 폭도들'이 습격해 전자제품들을 약탈해간 데 이어 오후에는 다시 공장에 방화까지 일어나 전소됐다.
LG 관계자는 "대사관에 사건 발생을 알리고 현지 정부, 경찰, 소방 당국까지 연락해 경력 투입과 함께 진화를 요청했지만, 시위대가 현장에 있는 관계로 소방대 투입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공장 내 인적 피해는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다른 교민 사회 관계자는 "방화된 공장 출입이 어려워 정확한 물적 피해 집계도 아직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현지인 얘기로는 경찰력이 거의 와해된 지경이라고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더반 한인 업체도 이날 오전 8시께 약탈 피해를 봤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은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현지 당국과 협업하고 있다면서 더반 지역 등에서 이동을 자제하고 이날 가급적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요하네스버그 시위대는 버스와 철도 서비스도 중단시키고 도심에 바리케이드를 쳐서 통근자 수만 명의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마트 등에 대한 약탈은 남서부 휴양도시 케이프타운 외곽까지 번진 가운데 소요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상점 등 다수의 사업장들이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주말 요하네스버그와 콰줄루나탈에서는 수십 대의 차가 폭동 와중에 전소됐다.
경찰은 지금까지 폭동, 방화, 약탈 등에 참가한 2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담화에서 델타 변이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3차 확산에 따라 제4단계 봉쇄령을 2주간 추가 연장하면서 폭력 시위자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약탈 사태는 봉쇄령 장기화에 따른 주민 생활고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32.6%에 달한다.
최고 법정인 헌법재판소에서 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 형을 받고 지난 2일 수감된 주마 전 대통령이 헌재에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낸 신청에 대한 심리는 12일 시작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2009∼2018) 자신의 부패혐의 조사를 위한 사법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헌재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구금됐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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