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 달' 페루, 여전히 당선인 못 가린 채 갈등만 심화
2위 후지모리 불복에 당선인 확정 아직…양쪽 지지자들 천막투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6일(현지시간)로 꼭 한 달이 됐지만, 여전히 당선인이 가려지지 않은 혼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두 대선 후보 지지자들의 시위도 이어지면서 갈등과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는 시골 초등교사 출신의 좌파 후보 페드로 카스티요(51)와 대선 3수생인 우파 민중권력당 대표 게이코 후지모리(46)의 맞대결이었다.
접전 끝에 카스티요가 득표율 51.1%대 49.9%, 불과 4만4천여 표 차이로 후지모리를 눌렀지만, 선거당국은 아직 공식 당선인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후지모리가 카스티요 측의 선거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일부 표의 무효화를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1990∼2000년 집권)의 딸이기도 한 후지모리 후보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대통령 면책특권이 절실한 상황이다.
페루 국가선거심판원(JNE)은 후지모리의 주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후지모리의 손을 들어줄 분위기가 아니다. 미주기구(OAS)와 미국 정부 등도 선거에 부정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선인 발표가 미뤄지는 동안 수도 리마에서는 주말마다 양쪽 지지자들의 대규모 거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카스티요 지지자들은 정당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후지모리의 행동을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있고, 후지모리 지지자들은 카스티요가 '공산주의자'라며 그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리마 도심에는 양쪽 지지자들의 시위 천막도 늘어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카스티요 지지자들은 선거심판원 건물 밖에 천막을 쳐놓고 농성을 벌이며, 선거 결과를 서둘러 확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인 마루하 인키야(45)는 AFP에 "카스티요가 당선인으로 선언될 때까지 이곳에 머무를 것"이라며 만에 하나 당선인 발표가 나지 않을 경우 "더 과격한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티요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일곱 블록 떨어진 대법원 청사 밖에는 후지모리 지지자들이 천막을 치고 모여있다.
디나 아마야(55)는 "우리는 공산국가를 원치 않는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러 왔다"며 "카스티요가 당선인으로 발표되면 모든 페루 국민이 게이코의 대통령궁 입성을 도울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낙선 후보 지지자들의 반발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선거심판원이 언제까지 당선자를 확정해야 하는지 정해진 기한은 없다.
다만 새 대통령 취임일은 페루 독립 200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 28일로 일찌감치 정해진 상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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