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의 '배반' 걱정하는 중국…"美당국에 정보제공 우려"
미국 상장 중국 기업 감독권 둘러싼 미·중 '힘겨루기' 연관 분석
미국 '외국회사문책법'으로 직접 회계감독 의무화했지만 중국 거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간주하는 위치 정보를 다루는 디디추싱(滴滴出行) 미국 회계 당국이나 외국 대주주에게 민감한 회사 정보를 넘기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 문제를 놓고 날 선 대립을 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이 최근 전격적으로 디디추싱 등 미국 증시 상장사만을 콕 집어 '국가 안보' 조사에 들어간 것이 이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6일 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디디추싱이 다루는 데이터는 국가 경제안보와 밀접히 관련된 것이라면서 디디추싱이 다급한 경제 이익 때문에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 등 미국 관계 당국이나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게 데이터를 넘긴다면 확실히 매우 큰 안보 위협이 생기게 된다고 평가했다.
차이신은 "시장에서는 보편적으로 사람과 화물에 대한 대량 데이터를 보유한 디디추싱이 이런 시기에 미국으로 돌진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차이신은 앞선 보도에서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디디추싱에 미국 상장을 유예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냈지만 디디추싱이 결국 미국 상장을 강행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은 일반 도로의 교통량 현황은 물론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주유소, 전기차 충전소, 버스 정거장 위치까지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 정보'로 규정한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 방식을 놓고 미중 양국은 오랫동안 대립해왔다.
미국은 자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직접 조사해 회계 투명성을 감독·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주권을 앞세워 미중 감독 당국 간의 협력을 통한 간접적 방식만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오랜 논란 끝에 미국은 작년 12월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도입했다.
이 법의 도입으로 중국 기업들은 방문 조사, 회계 자료 제출 등 미국 PCAOB의 회계 감독에 직접 응해야 하는데 만약 이를 거부하면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그러나 중국은 법령을 통해 정부 승인 없이 자국 회사가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명문화한 상태여서 미중 간 힘겨루기 속에 미국에 상장한 중국 회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미중 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면 외국회사문책법의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4년부터 알리바바, 바이두 등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200여 곳이 무더기로 상장 폐지되면서 세계 자본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합산 몸값이 이미 수천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 기업이 상장 폐지 등 큰 위기를 맞았을 때 치명적인 손실을 회피하고자 자국을 '배반'하고 미국에 '투항'해 협조하는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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