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이스카우트 치욕…수십년 성폭력에 9천600억원 배상하기로
최소 8만4천명 손배소…파산 피하려 합의
미국 사상 최대수준 성학대 배상액 기록될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수십년 동안 고질적으로 자행된 소년 성추행으로 명예가 땅바닥에 떨어진 미국 보이스카우트가 결국 피해자들에게 수천억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이스카우트는 파산법원의 심리 절차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8억5천만 달러(약 9천600억원)에 달하는 현금과 자산을 지급하기로 주요 피해자 단체와 합의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합의는 채권단 투표와 미국 연방 파산법원에서 승인이 떨어져야 효력이 발생한다.
WSJ은 합의가 시행되면 지급액은 미국 역대 성학대 배상금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건전한 시민 양성을 표방하는 미국 보이스카우트는 1910년 창립 이후 도덕적, 재정적으로 최악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소년 회원들을 상대로 수십년에 걸쳐 성학대를 일삼았다는 폭로가 최근 속출했다.
미국 전역에서 제기된 미성년자 성학대의 고발 규모는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다른 어떤 미국 내 기관의 추종도 불허했다.
손해배상을 위해 로펌들을 앞세운 피해 남성들의 규모만 8만4천명에 달했다.
보이스카우트는 봇물 터지듯 쏟아진 손배소를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이 단체는 파산법 11조에 따라 청산을 면하고 법원 감독하에 영업,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이스카우트는 이번 합의를 통해 전국 조직뿐만 아니라 지역 조직들도 과거 추태의 책임에서 벗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가 시행된다고 해서 논란이 그대로 종식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법원 심리 과정에서 성범죄의 구체적 정황들이 대거 공개돼 수사기관들이 발톱을 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 검찰총장은 캠핑 여행지를 비롯한 보이스카우트 활동 장소에서 발생한 혐의사실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다.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지에서는 최근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 버린 까닭에 비슷한 수사가 줄을 이을 가능성도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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