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조소식 애타는 플로리다 실종자 가족…점점 꺼져가는 희망
추모 벽 설치 이어 심야 기도회까지 열며 구조 간절 기원…주변서도 응원 물결
8일째 구조 무소식에 초조·절망감 커져…건물 붕괴 후 주민들도 불안
(서프사이드[미 플로리다]=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플로리다주 12층짜리 아파트 부분 붕괴로 140명 이상이 실종된 가운데 가족들은 사고 발생 8일째인 1일(현지시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1.5km 남짓 떨어진 한 호텔에는 실종자 가족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애초 현장 인근에 있던 장소의 공간이 부족해지자 당국이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이들은 수색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듣고, 실종자 발견 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채취까지 응하며 가족 찾기를 염원하고 있다. 여러 차례 심야 기도회도 열었다.
호텔에서 실종자 가족을 직접 만나긴 어려웠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들어갈 수 없다는 대답이 나왔다.
한 지역 매체 기자는 당국이 일부 제한된 언론사에만 출입증을 줘 인터뷰를 주선하지만, 나머지 매체에 대해선 가족의 안정을 위해 접촉을 금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지금까지 최소 26개 단체에서 이번 참사로 큰 충격을 받은 가족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고, 일반인들로부터도 수백만 달러가 모금됐다. 주 정부는 터전을 잃은 입주민들을 위해 120여 채의 임대용 주택을 확보했다.
참사 아파트 뒤편의 철제 펜스에는 임시로 설치된 추모의 벽이 있다. 한두 사람이 실종자 사진을 붙이기 시작하고 주변에서 꽃다발과 촛불, 각종 기념물을 가져다 놓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간이다.
이곳에는 생존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글귀와 함께 성경 구절을 인용해 실종자 가족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구조대원들을 격려하는 글이 곳곳에 붙어 있다.
그러나 희망은 불안을 넘어 초조함, 절망으로 점점 변하는 분위기다. 참사 당일 구조한 40여 명을 제외하면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나오지 못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80세 모친이 실종된 마갈리 램지는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잔해더미로 가득 찬 사고 현장을 본 뒤 어머니가 살아있을 리 없다고 판단하고, 이제는 시신을 온전히 발견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작년 8월에는 마지막 인사말도 건네지 못한 채 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병원 유리창 너머로 숨을 거두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인구 5천700여 명의 소규모 휴양도시다 보니 실종자 가족을 안다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서프사이드에 거주하는 여성 히더 자이츠는 자신의 친구가 이번 참사로 부모의 행방을 알지 못하지만 감정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침울한 상태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여력이 될 때마다 실종자 추모의 벽에 찾아와 기도한다는 자이츠는 친구 부모가 끝내 생존하지 못했다면 시신이라도 찾아 편안한 곳에 안치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이 지역에 25년간 살았다는 85세 남성 제럴드 페티는 지인 중 4명이 이번 사고로 실종됐고 이 중 2명은 친구였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가족에게 연락했더니 생사는 차치하고 건물 바닥의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라 매우 낙담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다"고 전했다.
20년째 이곳에 거주 중인 남성 멘디 개츠는 "지금 상황에서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며 "실종자 가족도 현실을 직시하는 시점이 올 텐데, 이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고의 원인이 챔플레인 아파트에만 국한된 것인지, 서프사이드 고층건물 전반의 문제인지를 놓고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이번 사고로 주민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인식은 공통적이었다.
개츠는 몇 년 전부터 챔플레인 아파트에 심각한 보수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곧바로 시정하지 않은 것은 사람에 기인한 사고로 볼 수 있다며 고의까지는 아니겠지만 이런 안이한 인식이 참사로 이어졌다고 혀를 찼다.
페티는 80년대 이후 서프사이드가 매우 빠른 속도로 개발되며 고층건물이 들어섰기 때문에 전반적 점검이 필요하다며 자신은 아파트에 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비상시 탈출구 문제 등을 고려해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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