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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올린 샤넬…명품 '높은 콧대'에도 식지 않는 구매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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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올린 샤넬…명품 '높은 콧대'에도 식지 않는 구매 열기
코로나 사태 이후 MZ세대 중심 명품 소비 확산…백화점 마케팅 강화
"가격 올릴 수록 '아무나 못사는 상품' 인식…무리한 소유 경쟁 우려 "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홍유담 기자 =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1일 국내 판매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해외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소문이 현실화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격이 올라도 명품 수요는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구매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의 대표적인 인기 상품인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은 864만원에서 971만원으로, 같은 디자인의 '클래식 플랩백 라지'는 942만원에서 1천49만원으로 하룻밤 새 가격이 100만원 넘게 뛰었다.
보이샤넬 등 다른 인기 제품의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됐다.
샤넬의 가격 인상 소문은 지난달부터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며 주요 백화점의 샤넬 매장에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을 초래했다.
샤넬이 예상대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어제 산 사람이 (돈) 번 사람", "가격 (인상 폭)이 미쳤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샤넬은 지난 2월에도 주요 제품의 가격을 올려 올해만 두 번째 인상인 셈이다.
샤넬 측은 "제작비와 원재료 값 변화,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하여 제품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샤넬은 제품을 사들인 뒤 수수료를 얹어 되파는 전문 판매자(리셀러)를 막기 위해 리셀러로 의심되는 지나친 구매 경향이 확인되면 매장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샤넬을 뒤따라 다른 명품 브랜드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명품 업계에선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진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크리스챤 디올 등도 일부 제품의 가격이 오른 것 같다며 다른 브랜드도 인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잦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지만, 명품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5월 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 뛰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명품 매출이 각각 54.1%, 38.8% 급증했다.
이처럼 명품 수요가 늘어난 것은 젊은 세대가 새로운 명품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와 억눌린 소비가 분출하는 '보복 소비'가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인 20~30대의 노동 소득으로는 집을 사는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기가 버거워지자 저축 대신 즉각적인 소비에서 만족을 찾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고가 브랜드의 공급 관리 효과로 중고품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일부 제품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명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풍조도 생겼다.
이에 가격이 비쌀수록 특별한 상품으로 인식돼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렌 효과', 특정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그것을 사용하는 집단과 동일해진다고 생각하는 '파노플리 효과' 등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업계는 명품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젊은 세대를 유인하기 위한 멤버십 마케팅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서 1986년 이후 출생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 클럽 '와이(Y)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가입비는 10만원으로, 백화점 할인 쿠폰과 무료 주차, 발레파킹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1983년 이후 출생 소비자 가운데 직전 해에 현대백화점 카드로 3천만원 이상 결제한 경우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20~30대 전용 VIP 멤버십을 마련했다. 할인, 무료 주차 등 일반적인 혜택 외에도 명품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면 현대백화점 통합 멤버십 H포인트 적립률을 2배로 올려주는 등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연간 구매 금액이 400만원이면 가입할 수 있는 '레드' 등급을 마련했다. 현재 구매력이 약해도 미래에 큰 손이 될 수 있는 20~30대 소비자를 위해 VIP 가입 문턱을 낮춘 것으로, 연간 외에도 분기별 구매 횟수와 금액에 따른 가입도 가능하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초 젊은 명품족을 끌어오기 위해 기존 VIP 등급을 세분화해 연간 구매 금액이 1천만~2천만원인 소비자를 위한 '제이드+' 등급을 신설했다. 또 연간이 아닌 3개월간 300만원 이상 구매해도 3개월간 제이드 등급을 부여한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영 앤 리치(젊은 부유층)'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고가 브랜드의 가격 인상과 명품에 쏠린 젊은 층의 소비 심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가 제품은 가격을 인상할수록 '아무나 못 사는 상품'으로 여겨지면서 수요가 많아지는 현상을 보인다"면서 "무리를 해서라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계속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품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경쟁으로 여겨지면서 사람을 차별하는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lucid@yna.co.kr yd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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