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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원주민 말살…가톨릭학교터에 또 대거 어린이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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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원주민 말살…가톨릭학교터에 또 대거 어린이 유해
이번엔 7∼15세 182명…'문화적 제노사이드' 비난
총리 거듭 사과…만행 지탄 속 가톨릭교회 방화 속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암매장된 어린이들의 유해가 또 무더기로 발견됐다.
가톨릭교회가 캐나다에서 저지른 만행의 흔적이 속속 포착되면서 문화적 제노사이드(인종청소) 논란이 커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원주민 단체인 '로어 쿠테네이 밴드'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크랜브룩 근처에 있는 세인트 유진 선교학교 옛터에서 표식이 없는 무덤 182기를 찾았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레이더 투사에 탐지된 이들 유해는 이 가톨릭 학교에서 교육받던 7∼15세 원주민 어린이들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톨릭이 운영하던 원주민기숙학교 부지에서 어린이 집단무덤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5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옛 캠루프스 인디언 기숙학교에서 마찬가지로 표식이 없는 어린이 215명의 무덤이 발견됐다.
지난주에는 무려 751기에 달하는 무덤이 새스캐처원주에 있던 매리벌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탐지됐다.
원주민 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어린이 집단무덤이 가톨릭교회가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만행의 결과로 보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1912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캐나다 연방 정부의 위탁을 받아 원주민 어린이를 훈육하는 과정을 운영했다.
이누이트, 인디언, 메티스 등 원주민 어린이 15만명은 가톨릭 기숙학교에 강제 수용됐다.
교사들은 원주민 언어와 문화를 없애는데 주력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육체적, 성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학생 4천100명이 영양실조, 질병, 학대 등으로 숨졌다며 정부가 문화적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제노사이드는 대량살육뿐만 아니라 말살을 목적으로 삼아 특정 집단을 사회, 문화적으로 탄압하는 반인류적 범죄를 말한다.

과거 가톨릭교회와 캐나다 정부의 이 같은 만행을 둘러싸고 캐나다에서는 사회갈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가톨릭 최고지도자인 교황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가톨릭교회에서 화재가 속출해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앨버타주 에드먼턴,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 있는 가톨릭교회 화재를 방화로 의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캐나다 정부는 전반적인 사태를 불안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끔찍한 것들이 발견돼 원주민 부족들이 직면한 역사적이고 지속적인 불의를 숙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당사자 모두의 화해 필요성을 강조하며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회를 겨냥한 방화를 규탄했다.
그는 "찬양 장소를 파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고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며 "과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정부의 과거 정책을 사과하고 원주민 단체들에 동조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원주민 학대를 사과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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