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만 무역협상 재개…기술전쟁 속 '반도체 동맹'으로
중국 반발에도 미국, 대만과 전방위 협력…대만, FTA까지 목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중단된 미국과 대만 간의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이 협상이 5년 만에 재개됐다.
미중 신냉전이 특히 기술 분야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미국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보유한 대만과의 '반도체 동맹'을 맺어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대만 중앙통신사,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은 이날 인터넷 화상 회의 방식으로 TIFA 제11차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테런스 J. 맥카틴 아시아 담당 무역대표보, 대만 측에서는 양전니(楊珍?) 대만·미국사무위원회 주임이 각각 협상 대표로 참여했다.
앞서 미국과 대만은 1994년 TIFA 협상을 시작한 이래 2016년 총 10차례 관련 회담을 진행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과 TIFA 회담을 중단한 바 있다.
통상 TIFA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로 평가된다.
이번 협상에서는 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공급망 안정, 백신 수출입 절차 간소화 등이 핵심 의제가 됐다.
반도체 공급망 안정 문제는 미국 측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다.
샤오전룽(蕭振榮)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 집행비서는 지난 28일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 문제가 이번 협상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을 자국 주도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반도체 안정적 공급에 관한 논의는 TSMC가 새로 건설 중인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이슈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지어 운영하는 데 향후 1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대로 백신 수출입 절차 간소화는 코로나19의 뒤늦은 확산 속에서 당장 백신 확보가 절실한 대만 측이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전날 인터넷 방송을 통한 국민들과 대화에서 백신 수출입 절차 간소화가 이번 협상의 중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TIFA 협상 재개는 미국이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대만과 전략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대만도 이를 계기로 안보를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한층 긴밀하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만은 향후 TIFA 타결을 징검다리 삼아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대만의 실질적인 주미 대사 역할을 하는 샤오메이친(蕭美琴) 대만 주미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우정과 상호 신뢰를 쌓아 미래에 양자 (자유)무역협상에 서명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의) FTA는 차이잉원 정부에 정치적으로 대단한 성취가 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대만 상품이 이미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되지만 미국과의 FTA는 대만이 다른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는 데 정치적 보호막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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