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확산에 美마스크 착용 논쟁 재점화…델타 비중 26%로↑
미 CDC는 "백신 접종자, 마스크 벗어도 돼"…WHO 지침과 상충
LA카운티, 델타 감염자 늘자 독자적으로 '접종자도 마스크 써라' 지침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보건 당국이 백신 접종 완료자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했는데 전염성이 강한 인도발(發) 변이인 델타 변이가 새로운 위협으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이런 지침이 맞느냐는 것이다.
CNN 방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의 마스크 착용을 두고 서로 상충하는 메시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례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점을 들어 특히 실내에서는 백신 접종자라도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백신을 다 접종한 사람은 대중교통·병원·학교 등의 실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을 내놨다.
두 기관의 지침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다.
특히 델타 변이의 급부상은 마스크 착용 논란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던 이스라엘은 열흘 만에 '노 마스크' 선언을 전면 취소하고 지난 25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델타 변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서둘러 규제의 고삐를 죈 것이다.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의 확산이 점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수도 워싱턴DC와 1개 주를 제외한 49개 주 전역에서 델타 변이가 탐지된 가운데 미 CDC는 이날 미국에서 델타 변이의 비중이 26.1%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전히 영국발 변이인 '알파 변이'가 47.8%로 지배종(種)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델타 변이는 이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컸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CDC가 추정한 5월 24일∼6월 5일의 2주간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중 델타 감염자의 비중이 약 10%라고 밝힌 바 있는데 약 한 달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미시간·아칸소주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에서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며 입원 환자도 증가하는 실정이다.
로스엔젤레스(LA)카운티는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델타 감염자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CDC 지침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부활시켰다.
LA카운티 공중보건국은 28일 "예방적 조치"라면서도 모든 주민이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공공 실내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공중보건국은 이런 내용의 자발적 지침을 발표하며 "델타 변이가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퍼지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최근 백신을 맞은 사람도 집을 나설 때는 마스크를 갖고 다니라고 촉구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도 보건 당국자들이 '마스크 무용론'을 설파하다가 이를 뒤집은 일이 있다. 전염병 권위자인 파우치 소장도 작년 2월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쓴 이메일에서 마스크가 전염 차단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전미카운티·시보건당국자협회(NACCHO) 로리 트레멀 프리먼 최고경영자(CEO)는 보건 관리들이 미국에서 델타 변이의 확산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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