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아 숨진 미얀마 시민 '코로나 환자'로 분류돼 화장
가족 "과다출혈로 숨졌는데 시신에는 감염자로 표기"
저항 운동가 5세 딸, 아버지 대신 끌려간 뒤 보름째 행적 묘연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얀마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분류돼 화장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19세 여성인 마이 누암 자 타잉은 지난 23일 오후 9시께 사가잉주 깔라이의 한 마을에서 군경이 쏜 실탄에 허벅지를 맞아 군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숨졌다.
그는 대학 진학을 준비중이었으며, 총에 맞을 당시 24세 남성이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타고 있다.
타잉의 가족은 다음날 오후 병원에 도착했지만 그는 이미 숨진 상태였고, 시신에는 코로나 확진자라고 표시돼있었다.
이에 따라 시신은 곧바로 공동묘지로 옮겨진 뒤 현장에서 가족들에 의해 화장처리됐다.
그의 가족 중 한명은 "검시 결과 사인은 과다출혈이었고 그동안 코로나 감염과 관련된 증상이 전혀 없었다"면서 "그들은 무언가를 숨기려는거 같다"고 전했다.
그가 탄 오토바이를 운전한 남성은 총에 맞아 즉사한 뒤 길가에 버려졌다.
사가잉주의 깔라이는 시민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맞서 자주 교전을 벌이는 지역 중 하나다.
한편 만달레이 모곡 지역에서는 어린 소녀가 저항운동 지도자인 아빠를 체포하려고 집에 들이닥친 군인들에 의해 끌려간 뒤 보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바문 마을에 살고 있던 수 텟 위네는 지난 13일 엄마 및 언니와 함께 체포됐으며 최근 5번째 생일을 맞았다.
수 텟 위네는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들고 시위 현장에서 아버지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현재 은신중인 그의 아버지는 "딸은 정치를 알지 못하며 범죄를 저지를 나이도 아니다"라면서 "군부는 시민들에게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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