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건 중 143건 미상"…UFO 궁금증만 더 키운 美 보고서
열기구 한 건 외엔 명확히 설명 못해…중국·러시아 첨단무기 가능성도
미 언론 "음모론 진정보단 부채질할듯"…미 당국도 추가 투자·연구 거론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정보당국이 미확인 비행물체(UFO)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궁금증 해소는커녕 오히려 외계인 존재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 매체 더힐과 NPR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장실(DNI)은 지난 25일(현지시간)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군용기에서 관측된 144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미 당국은 UFO라는 말 대신 '미확인 항공 현상'(UAP)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수축하는 큰 풍선이라고 밝혀낸 1건을 제외하고는 143건의 UAP에 대해 어느 한 범주로 분류할 적절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국은 UAP의 범주를 ▲새 떼처럼 레이더 목표물을 방해하는 공중 간섭물 ▲대기 현상 ▲미 정부의 개발 프로그램 ▲외국 적대세력의 시스템 ▲기타 등 5가지로 나눴지만, 143건에 대해서는 명확한 구분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중 UFO와 관련됐다고 볼 수 있는 범주는 '기타'로 분류된 부분이지만, 미 당국의 설명만으로는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당국이 외국 적대세력의 시스템이라고 적시한 부분도 관심을 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대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군사 기술에서 미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데, UAP가 이들 국가가 개발한 신형 기술과 연관된 현상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더힐은 그러면서 보고서상에 UAP가 포착 가능한 추진력 수단 없이 바람 속에서 정지상태로 있거나 움직이는 사례, 갑자기 기동하고 상당한 속도로 이동하는 등 첨단 기술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부분에 주목했다.
다만 보고서는 이들 UAP가 외국 정보수집 프로그램의 일부이거나 잠재적 적대 세력의 주요한 기술적 진전의 신호인지를 알아낼 충분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적었다.
이번 보고서는 미 정부가 그동안 분석한 UAP를 대중에 내놓는다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2월 DNI가 180일 이내에 UAP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전달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에 서명했는데, 이번 보고서가 그 결과에 해당한다.
NPR에 따르면 미국에서 UFO를 둘러싼 추측과 정부의 관여가 시작된 시점은 1947년이다.
UFO 신봉론자들은 그해 뉴멕시코주 로즈웰에서 미 공군이 외계 우주선과 탑승자를 붙잡았다고 믿고 있고, 아직도 일부는 로즈웰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이 추측은 당시 미 공군이 '모굴 프로젝트' 일환으로 옛 소련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염탐하기 위해 만든 대형 열기구가 시험 비행 중 추락한 사건이 생기고 당국이 이를 숨긴 데서 비롯됐다는 게 NPR의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미 정부는 1947년 '블루북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UFO 조사도 시작했다.
1969년까지 22년간 진행된 이 조사에서 1만2천618건의 목격 사례가 나왔고, 약 700건이 미확인으로 남았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매우 기다려온 보고서는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다는 생각에 어떤 신빙성도 부여하지 않지만 많은 미국인의 머릿속엔 그 생각이 여전할 것"이라며 UFO 음모론과 불안을 진정시키기보다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힐도 이번 보고서는 대부분 UFO 사건을 설명하지 못해 더 많은 의문과 추측을 촉발했다며 UFO와 외계 생명체에 대한 더 많은 연구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의식한 듯 미 당국자는 지속적 연구를 위한 투자를 언급하면서 자료가 늘어나면 추세를 탐지하기 위한 당국의 능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