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몰려오는데"…'미군 협력' 아프간인 美비자 거부에 시위
탈출 추진 통역인들, 美대사관 비자 거부에 '발끈'
"목숨 위험…미국이나 괌으로 일단 옮겨달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중인 가운데 미국에 협력했던 통역인 등 현지인들이 미국 비자 심사 과정에 여러 애로가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미군 철수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득세로 신변이 위험해진 이들은 하루빨리 출국을 원하지만 비자 발급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아프간 통역인 등 수십 명이 시위했다.
이들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미국 비자 발급이 여러 이유로 지연되거나 거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미군에 협력했다가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특별이민비자(SIV)를 주려하고 있다. 현재 SIV 심사가 진행 중인 아프간인은 1만8천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통역으로 일했던 샴샤드 알리는 로이터통신에 "탈레반의 위협이 커지면서 우리의 목숨이 위험해지고 있다"며 "여기는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SIV 절차 없이 우리를 미국이나 괌 등으로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통역 근무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SIV를 발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IV가 발급됐다가 사소한 문제로 인해 취소된 경우도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오는 8월께 통역인과 가족 등을 제3국으로 대피시켜 비자 심사를 진행하는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이달 초 미국과 서방에 협력한 이들을 표적으로 삼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통역인 등은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전 통역인인 하시브 아흐마드 카이바르는 "(우리가 미군을 위해) 한 달을 일했든 10년을 일했던 탈레반에게는 그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며 "그들은 우리가 미군에 협력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은 100% 위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프간 주둔 프랑스군 시설에서 5년간 일한 아프간인 압둘 바시르가 최근 탈레반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바시르의 친척은 25일 AFP통신에 "바시르가 탈레반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경찰이 알려왔다"며 "바시르는 2주간 실종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으로 다시 세력을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점령지를 더 늘리는 중이다.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만나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아프간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오는 9월 11일 이전에 현지 미군 철수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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