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국을 위한 브랜드"라는 나이키…다음날 신고가 경신
中 불매운동 휩싸인 나이키 CEO '납작'…북미 호황으로 분기 실적은 2배↑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무릎을 꿇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존 도너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발표에서 "우리가 중국에 진출한 지 40년이 넘었고 오늘날 그곳에서 가장 큰 스포츠 브랜드"라며 "우리는 중국의, 그리고 중국을 위한 브랜드"라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한 듯한 도너호 CEO의 표현은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논란에 분노한 중국 소비자들을 달래기 위한 언급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지난 3월 소수 민족 강제노동 의혹이 불거진 신장위구르에서 제품과 원자재를 공급받지 않겠다고 밝혀 중국 내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됐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은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 3∼5월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나이키가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것은 당장은 괜찮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전년 동기의 두 배에 가까운 123억4천만달러(약 13조9천억원)의 매출로 사상 처음으로 120억달러 선을 돌파했으나, 이는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 매출의 급성장에 주로 의존한 결과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이키의 직전 분기 매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동기보다도 21% 증가했으나, 중화권 매출은 14% 증가에 그쳤다. 특히 불매 운동이 본격화한 4월부터 충격을 받기 시작해 5월 중화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화권 매출은 나이키 전체 매출의 6분의 1에 못 미치지만, 영업이익은 중화권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WSJ이 전했다.
나이키가 당분간은 북미 지역 호황에 힘입어 중화권 매출 부진을 상쇄할 수 있겠지만, 중국 소비자들과의 '영구적인 결별'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직전 분기 실적이 공개되고 도너호 CEO의 '중국 구애' 발언이 나온 직후 주가는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음날인 25일 뉴욕증시에서 나이키는 장중 최고 154.19달러를 찍어 전날보다 15% 이상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1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147.95달러를 훌쩍 넘어선 신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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