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지나다 역주행하는 킥보드 친 자동차, 과실비율 30%
100%손보협회, PM 대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 잠정기준 마련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는 전동킥보드 A와 그 오른쪽 도로에서 진입한 자동차 B가 신호기가 없는 교차로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킥보드 A가 중대과실을 범했지만 자동차도 신호기 없는 교차로에서 서행하며 주의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보험사는 자동차 B에도 30% 책임을 물렸다.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개인형이동장치(PM) 이용·사고가 급증함에 따라 과실비율 분쟁·소송을 예방하기 위해 PM 대(對) 자동차 교통사고 과실비율 비정형 기준 38개를 마련해 과실비율 정보포털(http://accident.knia.or.kr)에 23일 공개했다.
비정형 기준이란 현행 약관의 과실비율 인정기준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으나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현장에서 보상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정 또는 예비 기준을 뜻한다.
이날 공개된 과실비율 잠정 기준을 보면 PM은 이륜차와 자전거의 중간단계 교통수단으로 볼 수 있다. 자전거보다는 차량으로서 성격이 강하지만 이륜차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다뤄진다.
손해보험협회는 "도로를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서 교통안전 및 법질서를 준수하도록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보도 주행 등에 대한 기준을 신설했다"며 "자전거 대비 급출발, 급가속, 급회전이 가능한 PM 고유의 운행 특성을 고려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신호기가 없는 동일 폭 도로의 교차로에서 PM이 오른쪽에서 진입한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날 때 PM과 차량의 책임은 각각 40대 60으로 배분됐다. 자동차가 오른쪽이어서 교차로 통행 우선권이 있지만 ▲ PM은 통상 자동차보다 저속으로 운행하므로 자동차가 PM 진입을 발견해 사고 발생을 회피할 수 있으며 ▲ PM은 차량에 대해 가해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고려해 차량에도 기본 과실이 정해졌다.
폭이 좁은 도로를 주행하는 PM과 넓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교차로에서 충돌한 사고는 어떨까. 대로 주행 차량의 우선권은 엄격히 적용돼야 하나, 여기서도 PM이 저속이고 가해 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반영해 PM 60대 차량 40으로 과실비율을 정했다.
신호기가 없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다 직진하는 교통수단과 충돌했을 때에도 좌회전 주체가 무엇인지에 따라 책임 비율이 달리 정해졌다. PM이 직진하고 자동차가 좌회전이라면 PM 대 자동차의 과실비율이 10대 90이지만, 그 반대 경우라면 직진 자동차의 과실이 40으로 높아졌다.
보도를 달리다가 교차로(도로)로 진입한 PM과 직진 또는 회전하는 자동차가 충돌한 사고의 과실비율은 PM의 법령 위반 등을 고려해 PM의 책임을 70으로 판단했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인 상태에서 PM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주행 차량에 치이는 교통사고의 경우 PM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보행신호등이 적색인데도 킥보드 탑승자가 횡단보도를 횡단한 것은 신호위반 과실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녹색 차량신호등을 신뢰하고 횡단보도를 통과하려던 자동차로서는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킥보드를 피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므로 이 사고는 킥보드의 과실이 100%로 간주된다.
손해보험협회는 "앞으로 편의성 등을 이유로 PM의 도로 이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분쟁 심의위원회의 심의 범의에 PM과 자동차 사고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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