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세력 확대에 앞다퉈 무기 드는 아프간 국민
반군 출신 사령관 등 병력 조직…탈레반은 북부 거점 추가 장악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군 등 외국군이 철수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급격히 세력 확대에 나서자 일부 국민이 직접 무기를 들고 맞서기 시작했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 현재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2일 아프간 톨로뉴스에 따르면 북부 타카르주, 발크주, 바글란주, 서부 바드기스주, 중부 파르완주 등 전국 곳곳의 주민이 탈레반과 싸우기 위해 무장하고 나섰다.
탈레반이 10개 지구(시·군과 비슷한 행정 단위로 아프간의 전체 지구 수는 421개)를 공격 중인 타카르주의 주민 하비불라 마흐부브는 "우리는 최전선에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며 "모든 타카르 주민이 동원돼 (정부) 보안군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달 1일 미군 철수가 시작된 후 50개 이상의 정부군 장악 지구를 새롭게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레반은 최근 며칠 동안에는 타카르주, 파리아브주 등 북부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자 1980년대 친소련 정권에 맞서 게릴라전을 펼쳤던 반군 조직 무자헤딘의 전사들도 다시 총을 들었다.
한 무자헤딘 사령관 출신은 "탈레반에게 (우리) 지구들을 넘겨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정부군을 지원할 충분한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기에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여성에 대해서는 사회활동, 외출, 교육 등에도 제약을 가했다.
이에 지난 20년 동안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에 익숙해진 정부 점령지 주민들은 탈레반의 재집권을 크게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정부 측 정치인도 반탈레반 기류를 북돋우고 나섰다.
파라드 아지미 발크주지사는 "발크주 5개 중심 지구가 탈레반에게 넘어가자 전 무자헤딘 사령관 등이 병력을 조직하기 시작했다"며 "주도인 마자르-에-샤리프 등을 방어하기 위해 수천명이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국민 참전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외국군이 모두 철수하고 나면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공격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프간 정부군은 그간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하는 미군 공습과 물자 등에 의지하며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전날에도 쿤두즈주의 전략 거점인 이맘 사히브 지구에 진입, 경찰서 등을 장악했다고 AP통신이 경찰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탈레반은 조만간 이 주의 주도인 쿤두즈시를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9월 11일 이전에 아프간 철군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되자 미군은 21일 철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AFP 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탈레반이 지역 센터에 대한 공격을 계속함에 따라 아프간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철군의 규모와 속도에서 유연성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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