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감염 세포, T세포로 직접 제거하는 길 찾았다
T세포 공격 촉발하는 신종 코로나 단백질 조각 발견
미국 보스턴대·브로드 연구소, 저널 '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세포에선 원래 29종의 바이러스성 단백질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작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단백질의 정체를 알아냈다.
이들 바이러스성 단백질의 조각(viral fragments)은 모더나, 화이자, 존슨 & 존슨 등의 코로나 백신 제조에 이용된다.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 안에 숨겨져 있던 다른 23종의 단백질이 추가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이들 23종의 단백질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억제하는 세포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체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게 촉발하는 바이러스성 단백질 조각의 25%가, 나중에 발견된 23종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미국 보스턴대 산하 '국립 발생률 증가 감염병 연구소(NEIDL)와 하버드·MIT 브로드 연구소 과학자들이 공동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셀(Cell)'에 실렸다.
브로드 연구소는 미국 하버드대와 MIT(매사추세츠공대)가 공동 설립한 생물의학 연구기관이다.
18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면역계가 신종 코로나 공격에 T세포를 동원할 때 정확히 어떤 유형의 '위험 신호(red flags)'를 쓰는지 처음 들여다본 것이다.
여기서 '위험 신호'는 바이러스성 단백질 조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 백신은 항체를 생성하는 여러 유형의 면역세포와 B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중화항체는 신종 코로나가 숙주세포로 진입하는 걸 차단한다. 다시 말해 감염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세포면역을 주도하는 T세포는, 면역계가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파괴하기 위해 보내는 킬러 같은 세포다.
만약 T세포를 활성화하는 백신을 개발한다면 신종 코로나, 특히 변이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인간의 면역계가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정확히 식별하는 건 세포마다 갖춰져 있는 단백질 분해 효소 '프로테아제(proteases)' 덕분이다.
프로테아제는 '분자 가위' 같은 기능을 한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면 바이러스성 단백질 조각이 생성되는데 이 조각을 잘라내는 일을 하는 게 프로테아제다.
잘리는 과정에서 내부가 드러난 단백질 조각은 특별한 통로를 거쳐 세포 밖으로 빠져나간 뒤 세포 표면에 달라붙어 주변의 T세포에 도움을 요청한다.
단백질 조각의 '위험 신호'를 포착한 T세포는 곧바로 감염 세포의 외막에 구멍을 뚫어 공격을 개시하며 완전히 감염 세포가 제거될 때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T세포는 감염 세포를 파괴할 뿐 아니라 '위험 신호'를 보낸 바이러스성 단백질 조각을 기억하는 능력도 갖췄다.
이 면역 기억을 이용해 T세포는 나중에 같은 바이러스 또는 변이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더 강하고 신속하게 공격에 나선다.
하버드대의 파르디스 사베티(Pardis Sabeti) 시스템 생물학 교수는 "신종 코로나에 대한 인체 면역 반응을 더 정확히 재현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 결과를 평가했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NEIDL의 모흐산 사이드(Mohsan Saeed) 생물화학 조교수는 "백신 제조사들이 지금 나와 있는 백신 디자인을 다시 평가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체의 전체적인 면역반응을 촉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성 단백질 조각이 현재의 백신엔 빠져 있다는 것이다.
새로 발견된 신종 코로나 내부 단백질(internal proteins) 가운데 일부를 보태서 백신 레시피(recipe)를 새로 짜면, 변이 코로나에도 더 폭넓은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변이 코로나가 출현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모든 변이에 방어 면역을 제공하는 백신이 나와야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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