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노인 중 1명만 살릴 수 있다면 자율주행차의 선택은
보험硏·서울대 공동세미나…"모빌리티 발전으로 차보험 패러다임 전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SF 영화 '아이, 로봇(i,ROBOT)'에는 인공지능(AI) 로봇이 물에 빠져 생사를 오가는 주인공 형사와 소녀 중 생존 확률이 더 높은 주인공을 구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자율주행차량이 선행 차량의 화물이 떨어지는 돌발상황에 직면해 오른쪽으로 꺾으면 노인 보행자를, 왼쪽으로 틀면 어린이 보행자를 각각 치게 된다면 자율주행 AI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 결정에 따르는 보상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보험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은 자율주행차량 등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에 따른 사고 책임·보상 논의와 보험산업의 변화를 전망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와 보험' 을 주제로 세미나를 15일 온·오프라인으로 공동 개최했다.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위험의 배분'을 주제로 발표한 석승훈 서울대 교수는 자율주행의 발전에 따라 자동차 사고의 책임이 운전자에서 자동차업체나 이동서비스 제공자로 이전되리라고 예측했다.
석 교수는 "자동차보험 관련 논의가 운전자 중심의 보험에서 자동차사나 더 나아가 이동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보험으로 전환하고, 현재의 자동차보험 역할은 제조사의 배상책임보험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자동차사가 사고 피해에 대해 보험 방식이 아니라 워런티(품질보증) 방식으로 대응하는 시장 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소정 서울대 교수도 자체 보험을 제공하는 테슬라의 사례 등을 거론하며 "자율자동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기술 발전으로 차량 제조사들이 업무대행대리점의 형태로 보험가치사슬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단계에서는 자동차 보유자에게 사고 책임을 지우는 법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각국의 입법동향을 소개했다.
황 연구위원은 최근 독일 연방상원을 통과한 독일 도로교통법(자율주행 3∼5단계)과 프랑스 민법, 우리나라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율주행 3단계)에 따르면 보유자 책임은 운전 여부와 무관하다고 지적하면서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인간에서 AI로 변경될 뿐이므로 보유자 책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래 모빌리티의 사고 책임법제와 보상제도는 AI 판단의 적절성, 네트워크 장애 여부, 주행 데이터에 따라 궁극적인 책임을 따지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황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특히 자율주행 AI의 윤리적 기준을 책임과 보상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꼽았다. 앞서 사례로 제시한 어린이 또는 노인 보행자를 선택해야 하는 자율주행시스템의 딜레마도 이에 해당한다.
독일 연방상원을 통과한 무인자율주행차법은 자율주행차량에 '피해방지 및 피해감소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이 시스템은 '사고 상황에서 다른 법익보다 인간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되 인간의 생명에 해를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적 특성을 기준으로 피해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적 특성을 기준으로 피해자를 고르지 말라는 것은 윤리적 논란이 없도록 외부의 객관적 조건을 선택 기준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자율주행 AI의 판단 기준과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 상당한 윤리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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