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도시' 뉴욕서 중도 시장 나오나…"치안이 최대 쟁점"
오늘부터 사전투표 개시…경찰예산 삭감 주장한 진보 후보들 부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뉴욕시장 선거 레이스가 12일(현지시간)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사전투표 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공식 선거는 오는 11월2일이지만, 오는 22일 민주·공화 양당 후보를 선출하는 프라이머리가 본게임으로 받아들여진다.
진보 세력이 강한 뉴욕시에서는 민주당 프라이머리 승자가 차기 시장을 거의 확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단 2명이 출마한 공화당 프라이머리보다 13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는 민주당 프라이머리에 현지 언론이 연일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당 내 집안싸움인 셈이지만, 올해 프라이머리는 '진보 대 중도'의 대결로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뉴욕이 진보의 정체기에 접어들었나? 시장선거가 핵심 시험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년 전까지만 해도 뉴욕에서 민주당 좌파 진영이 승승장구했으나, 최근 들어 정치적 에너지가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 급증한 총기폭력과 강력범죄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급격히 나빠진 치안 문제가 최대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점점 더 많은 뉴욕시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범죄와의 전쟁'을 가장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역 케이블방송 NY1과 입소스가 지난 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유권자 46%가 "범죄와 치안이 차기 시장의 최고 우선순위"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4분의 3에 가까운 72%는 더 많은 경찰관을 거리에 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타임스스퀘어를 포함한 시내 곳곳에서 총격이 벌어지는 등 작년보다 총기 범죄가 77% 증가하고, 지하철과 거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폭력이 늘어난 것이 이런 여론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치안과 경찰력 강화를 강조하는 중도 성향 후보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인권을 중시하면서 경찰 예산 삭감을 공약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부진한 모습이다.
22년간 뉴욕경찰(NYPD)로 치안 일선에서 활약한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이 막판 여론조사에서 1위로 치고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애덤스의 약진이 유권자들의 치안 걱정과 관련있다고 평가한다.
그 뒤를 추격하는 대만계 정치인 앤드루 양과 캐스린 가르시아 전 뉴욕시 위생국장 역시 중도 성향 민주당 후보로 분류된다. 이들 3명은 모두 경찰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
뉴욕 유권자 제인 애런델(52)은 NYT에 "내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지하철 안전"이라며 "재택근무가 싫지만 집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주의회와 연방의회 선거에서 좌파 성향 민주당 후보를 대거 밀어줬던 뉴욕의 이런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장 이후 유권자들이 정치보다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의 회복이라는 실질적 문제에 더욱 집중한 결과라고 NYT는 분석했다.
변수는 진보 진영에서 사실상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느냐다.
민주당의 유명 진보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은 최근 지지자들에게 인권 변호사 출신 마야 와일리 후보를 찍을 것을 당부했고, 지난해 거물 정치인 엘리엇 엥걸을 물리치고 하원에 입성한 저말 보먼 의원도 와일리를 공개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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