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서 밍크고래 청각실험 논란…"위험하고 비윤리적"
전문가들 "포획·실험 때문에 치명적인 근육질환 생길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노르웨이에서 밍크고래를 포획한 뒤 청각을 연구하는 실험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미국 CNN, 영국 가디언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방연구소(FFI) 수석 과학자는 CNN에 "신생아에게 사용되는 전기생리학적 방법을 동원해 밍크고래의 청력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이 만든 소리가 동물의 청력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기 위해 고안된 이번 실험은 노르웨이 식품안전청(NFSA)의 승인을 받았다.
실험은 지난달부터 이달 2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연기됐다가 곧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실험이 개시되면 연구진은 노르웨이 해안에서 어린 밍크고래 십여마리를 포획해 피부에 센서를 부착하고 6시간 동안 특정 소리에 대한 뇌의 반응을 측정할 계획이다.
이에 각국 과학자와 수의사 등 약 50명은 실험을 위해 고래에 진정제를 투여하는 행위 등이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노르웨이 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밍크고래의 스트레스와 부상을 유발할 수 있고 포획 때문에 치명적인 근육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고래·돌고래보존협회(WDC) 역시 "야생 고래에게 진정제를 놓거나 놀라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자료에 따르면 수염고래에게 진정제를 놓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우리에게는 인간이 만든 소리가 수염고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연구 자료가 있다. 이번 실험은 위험하고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NFSA 역시 이 실험이 밍크고래에게 일정한 고통과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당국 관계자는 "이번 실험이 가혹하다고 할 수 있는 단서는 없다"면서 "실험의 목적은 제대로 소명됐다. 그렇기에 동물들이 져야 하는 부담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실험 과정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고래들을 극심한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다"면서 "인간과 고래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규모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change.org)에도 이번 실험을 멈춰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최근까지 6만5천800여 명이 서명했다.
FFI 측은 "우리는 이번 실험으로 인한 위험성을 최소한으로 낮추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했다"면서 "실험하는 동안 수의사가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것이다. 위험하거나 상태가 심각한 동물은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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