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볜 조선족 인구 급감…자치주 내 비중 30% 턱걸이
10년 전보다 18.74% 감소…중국 정부, '개별민족보다 중화민족' 강조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유일의 조선족자치주(州)인 지린성 옌볜(延邊) 내 조선족 인구 비율이 3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옌볜조선족자치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실시한 7차 인구 센서스 결과 자치주 내 조선족 인구는 전체의 30.77%인 59만7천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 6차 인구센서스 당시보다 13만7천여명(18.74%)이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옌볜의 나머지 인구는 한족이 65.79%, 기타 민족이 3.45%로 한족이 다수를 차지했다. 옌볜의 총인구는 194만1천여명으로 10년 전보다 28만1천여명(12.6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주는 중국 내 소수민족 다수 거주지역의 행정단위로, 소수민족의 자치관할권이 인정된다.
조선족자치주 성립 초기였던 1953년 자치주 내 조선족 비중은 70.5%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그 절반인 35.6%까지 떨어졌고, 이번에는 30%에 겨우 턱걸이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조선족 인구 감소는 상당 부분 한국 및 중국 동남부 지역 등 외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데 따른 것이며, 출산율 하락 등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조선족 사회에서는 '소수민족 비중이 30%를 밑돌면 자치주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식 규정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몽고족 비중은 17.66%지만 자치구 폐지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국가민족사무위원회는 1993년 발표한 조례에서 자치주보다 작은 소수민족 자치구역인 민족향(鄕)과 관련해 "소수민족이 전체 인구의 30% 이상인 경우 민족향 설립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설사 제도적으로 자치주 지위가 유지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 속도를 보면 자치주로서 실질적 의미·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중국 내에서는 개별 민족의 자치보다 중화 민족주의와 국가 통합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소수민족 거주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일선 학교에 중국어·도덕과법치·역사 과목 등의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국가 통일편찬 서적으로 바꾸고 수업도 중국 표준어로 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네이멍구에서는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협) 기간 네이멍구 자치구 대표단을 만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했다.
또 왕양(汪洋)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지난 4월 네이멍구를 방문해 "중화문화에 대한 공동체 의식 강화를 토대로 여러 민족문화의 계승, 보호·혁신, 융합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이 우선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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