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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여름엔 이열치열, 기장 '짚불 꼼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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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여름엔 이열치열, 기장 '짚불 꼼장어'
강장 효과에 맛도 그만…짚불에 태운 뒤 껍질 벗겨

(부산=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자칫하면 기력을 잃기 쉬운 계절 여름이 왔다. 이럴 때는 뜨거운 짚불로 구운 곰장어로 한여름을 이겨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곰장어는 숙취를 없애고 허약체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어 스태미나 음식으로 꼽힌다.
부산 기장군에서는 예로부터 짚불로 익힌 곰장어를 먹어왔다. 지역 사람들은 이를 '짚불 꼼장어'라고 부른다.



◇ "부산 사람들은 꼼장어라 카지예"
곰장어는 먹장어목 꾀장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표준어 표기로는 곰장어, 학술적인 용어로는 먹장어로 불린다.
부산지역에서는 모두 꼼장어라고 부른다. 부산 사람들은 특히 이 꼼장어란 단어에 애착이 강하다.
부산시는 '살아있네, 부산꼼장어'라는 명칭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개발하기도 했다.
곰장어는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A가 많아, 심장 및 혈관질환, 당뇨, 폐 질환, 피부미용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 사람들은 근해에서 잡은 곰장어를 짚불에 구워 먹었다.
곰장어 짚불 구이는 조선 시대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벼농사를 짓고 남은 짚을 태운 불에 곰장어를 구워 먹으면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이것저것 양념을 추가해 먹으면서 양념 곰장어로 발전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기장군에서 잡힌 곰장어로도 충분히 손님들을 맞았으나, 최근에는 수요가 늘어나자 경남 남해 등지에서 잡은 곰장어를 재료로 쓰는 집이 많다.



20여 년 전 기장을 방문했을 때 짚불 곰장어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바깥에 차려진 식탁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직접 짚불에 곰장어를 구워 먹었다.
이번에 방문한 기장군 기장읍의 식당 기장촌집장어에서는 예전의 짚불 연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깔끔한 식당 내부에 앉아 있으면 다 익힌 짚불 곰장어가 테이블로 배달된다. 매캐한 짚불 연기 속에서 곰장어를 먹었던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기장촌집장어 박광식 대표는 25년간 부산 시내에서 곰장어 식당을 운영하다 4년 전 이곳으로 옮겨 식당을 열었다.
박 대표는 "예전에는 손님들이 직접 굽다 보니 제대로 익지 않은 곰장어를 먹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요즘에는 이렇게 식당에서 전문가가 따로 구워 음식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창문 밖을 보니 식당 뒤쪽에 있는 작은 건물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그곳으로 들어갔더니 한 남자가 짚불에 곰장어를 굽고 있다.
곰장어를 큰 석쇠 위에 올린 뒤 아래쪽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 짚을 넣는다. 짚을 넣자마자 큰 불길이 위로 올라온다.
이곳에서 다 구워진 곰장어는 식당으로 배달돼 주인의 손질을 받는다.



◇ 그냥 먹어도 좋고 양념장에 구워 먹어도 좋다
강한 짚불에 구워진 곰장어는 표면이 새카맣게 타버린다. 그 상태로서는 먹을 수 없으므로, 새카맣게 탄 부분을 벗겨내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강한 불 냄새가 입맛을 돋워준다.
처음 식당으로 들어온 곰장어는 새카만 모습이었으나, 손님이 보는 앞에서 주인이 탄 부분을 제거한다.
식탁으로 배달된 곰장어는 매끈한 맨살 그대로의 모습이다.



기름장에 찍어 파무침과 함께 먹으면 불의 향과 고소한 느낌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곰장어의 식감도 그대로 느껴지고 씹을수록 고소함은 더해진다.
매끈한 속살을 보여준 곰장어 말고 빨간 양념 옷을 입은 곰장어도 있다. 연탄불 위에서 익힌 '연탄초벌 양념곰장어'다.
양파와 파, 마늘 등으로 버무린 양념곰장어는 매콤달콤한 맛과 짚불 향이 함께 느껴져 더욱 풍미 있다. 개인적으로는 양념구이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양념곰장어를 충분히 즐겼다면 마지막에는 곰장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을 차례다. 남은 곰장어와 양념에다 밥과 김 가루, 참기름 등을 더해 중간 불로 몇 분가량 익히면 볶음밥이 완성된다.
곰장어 볶음밥은 여느 볶음밥보다 맛이 있었다.
식당에 따라 볶음밥에 콩나물을 더하는 곳도 있으나 이 식당은 콩나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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