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수면 장애 겹치면 '기대 수명' 크게 준다
사망 위험, 둘 다 없는 것보다 87%, 당뇨병만 있는 것보다 12% 높아
UK 바이오뱅크' 50만 명, 8년 10개월 추적… '수면 연구 저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쉽게 깨는 사람은 낮에 피로감이나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
수면 장애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체감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어 하나의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에게 수면 장애가 생기면 실제로 '기대 수명'(life expectancy)이 크게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영국 서리 대학 과학자들이 공동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각) 유럽 수면학회(European Sleep Research Society)의 공식 학술지인 '수면 연구 저널'(Journal of Sleep Research)에 논문으로 실렸다.
사실 수면 부족과 건강 악화의 연관성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뇨병은 없고 수면 장애만 가진 사람도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고, 그런 연관성은 이번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당뇨병의 경우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크고 분명했다고 연구팀은 지적한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과 불면증이 겹쳤을 때 수명 단축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를 처음 조사한 것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UK Biobank Study)에 참여한 약 50만 명의 중년 인구를 대상으로 기존의 데이터를 추적 분석했다.
당뇨병이 있는데 수면 장애도 자주 겪은 사람이 해당 기간(약 8년 10개월)에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할 위험은, 당뇨병과 수면 장애 둘 다 없는 사람보다 87%, 당뇨병만 있고 잦은 수면 장애는 없는 사람보다는 12%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당뇨병의 유형은 2형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형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노스웨스턴 의대의 크리스틴 크누트손(Kristen Knutson) 신경학과 부교수는 "수면 장애만 있어도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지만, 당뇨병과 겹치면 훨씬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강조했다.
수면 의학과 예방 의학 전문가인 크누트손 교수는 조기에 수면 장애에 대응하면 사망 위험이 커지는 걸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먼저 '밤에 잠들기가 어려운가?', '한밤중에 자주 잠에서 깨는가?' 등과 같이 아주 간단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수면 장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한다.
단순히 소음이나 빛으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불면증이나 수면 무호흡증같이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UK 바이오뱅크 참여자들은 처음에 등록할 때 자신이 겪는 수면 장애의 유형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았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서리 대학의 말콜름 본 샨트스(Malcolm von Schantz) 시간생물학 교수는 "수면 장애와 건강 악화의 강한 연관성이 너무나도 확연히 드러난 결과"라면서 "의사들이 (유형에 상관없이) 수면 장애를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 환자와 함께 전반적인 위험을 줄여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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