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때문에"…호텔 방에서 쫓겨난 영국 노숙자들
콘월 주의회, 코로나19 대책으로 노숙자에게 숙소 제공해와
주의회 "불확실한 상황에 장기계약 불가…정상회의 때문 아냐"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국 남서부 콘월주의 호텔에서 주의회 지원을 받아 기거해온 노숙자들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문에 쫓겨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업저버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자선단체 '디스크 뉴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호텔에서 지낸 이들에게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객실 수요가 늘어나자 방을 비워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디스크 뉴키에서 활동하는 모니크 콜린스 씨는 G7을 앞두고 영국 경찰과 정부 관계자들의 예약이 줄짓자 주의회가 계약을 맺고 노숙자들에게 임시 생활공간을 제공한 호텔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콘월주와 바로 옆 데번주에서 호텔 200여 곳에서 4천 개가 넘는 객실을 잡았고, 국무조정실 역시 수백 개의 방을 예약했다. 모든 예약은 정상적으로 예약이 가능한 곳에서 이뤄졌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찰이 숙박할 예정인 뉴키의 '샌디 로지'에서 지난달 28일 짐을 빼야 했던 다이앤 페리(56) 씨는 다른 호텔로 거처를 옮겼지만, 또다시 방을 비워달라는 요청에 차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디 로지를 운영하는 피터 버틀리 씨는 G7 정상회의 주최 측이 주의회가 노숙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계약을 하기 전부터 79개 방 모두를 예약해놨다며 노숙자들은 애초 5월 24일까지만 머물기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뉴키 근처에 있는 세인트 오스텔, 캠본 등 인근 도시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호텔에서 머물던 노숙자들이 방을 비워준 것으로 파악됐다.
콘월 주의회는 노숙자 130여명이 호텔에서 나와야 했지만, 휴가철이 다가와 객실 수요가 늘어난 문제이지 G7 정상회의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의회는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고 일시적이었기 때문에 호텔과 장기 계약이 불가능했다며, 호텔을 나온 노숙자 대부분은 대체 수용시설로 옮겨졌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피해를 본 취약계층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대면으로 진행하는 G7 정상회의는 이달 11∼13일 콘월주에 있는 고급 리조트 카비스 베이 호텔에서 열린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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