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70% 사라진 1천900만년 전 의문의 멸종 위기 새로 밝혀져
지금보다 10배 많았지만 급감 뒤 회복 못해…공룡대멸종 때 두 배 감소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가 약 1천900만년 전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의문의 멸종 위기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보다 10배나 많은 상어가 돌아다녔지만 백악기 말기 공룡 대멸종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치며 70% 이상이 사라졌으며 이후 개체 수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제시됐다.
미국 예일대학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예일 생물권 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엘리자베스 시버트가 이끄는 연구팀은 1천900만 년 전 바다의 상어 개체 수 급감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태평양 심해저 퇴적물의 물고기 이빨과 머리카락 굵기 밖에 안 되는 상어 피부의 미세한 돌기인 '비늘' 미(微)화석을 통해 지난 8천500만 년간의 개체 수 변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약 1천900만 년 전에 상어 개체 수가 급감한 것을 확인했다.
마이오세 초기 이후에 쌓인 퇴적물에서 물고기 이빨 대비 상어 비늘 비율이 20% 수준에서 1%로 급감했으며, 비늘의 종류도 약 88개 그룹에서 9개 그룹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상어의 70% 이상이 사라졌으며, 연안보다는 대양(외해)에서 훨씬 더 많이 죽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6천600만 년 전 공룡을 비롯해 지구 동식물의 4분의 3 이상을 멸종시킨 '백악기-고제3기(K-Pg) 대멸종' 때 상어 종이 겪은 개체 수 감소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고(古)기후 자료에는 이즈음에 기후 재앙이나 생태계 파괴 등 상어의 급격한 개체 수 감소를 초래할만한 '사건'이 드러나 있지 않다.
시버트 박사는 "이 시기에는 지구 역사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상어의 개체 수 급감은 대양에 서식하는 포식자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뉴욕 주립대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리어 루빈은 "현재 상어의 개체 수 감소는 분명히 우려할만한 것인데,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4천만 년의 흐름 속에서 개체 수 감소를 볼 수 있게 해준다"면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가 급격히 줄어들었을 때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런 맥락은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과거 대멸종 사건의 발견이 멸종 원인이나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더 큰 생태계 변화의 일부인지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로 이어진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당시 살아남은 상어들이 대양 서식지를 피하게 됐는지, 개체 수 회복이 왜 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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