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소원인데"…인도네시아, 코로나로 성지순례 2년 연속 취소
7∼10년 넘게 하지 순서 기다린 무슬림들 아쉬움 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이슬람 신자 수 세계 1위의 인도네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2년 연속 정기 성지순례단의 사우디아라비아 파견을 취소했다.
4일 인도네시아 종교부에 따르면 야쿳 콜릴 코우마스 종교장관은 전날 오후 "코로나 때문에 올해도 사우디에 성지순례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순례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를 방문하는 정기 성지순례(하지·핫즈)는 하루 다섯 차례 기도, 라마단 금식 등과 함께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이다.
이슬람 신자는 건강과 재정 형편이 허락하는 한 평생 한 번은 하지에 참가해야 한다.
대부분 무슬림은 하지를 '평생소원'으로 삼고, 하지에 참가하기 위한 비용을 오랜 기간 모은다.
올해 하지는 7월 17일에 시작하는데, 사우디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 접종자만 입국을 허가한 상태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모더나, 시노팜 백신이 허가받았고, 이달 1일 시노백도 승인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시노백 백신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순례단 전원에게 두 차례 접종하는 등의 파견 준비를 하기엔 시간이 모자라 코로나 집단감염 등 안전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2억7천만명의 인구 가운데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는 국교가 이슬람교는 아니지만,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상시 성지순례(움라)와 달리 하지는 전 세계에서 200만명이 정해진 시기에 메카·메디나에 일주일간 모이며, 사우디 정부가 국가별로 참가 인원을 할당한다.
할당 인원은 인도네시아가 매년 20만명 이상으로 가장 많고, 파키스탄과 인도가 각각 17만여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매년 하지 때 참가 대기자 20만여명을 수 백개 그룹으로 나눠 차례로 비행기에 태워 보내기에 상당한 사전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각종 돌발 상황도 벌어진다.
가령, 2019년 7월 하지 때는 중부 자바에서 성지순례단에 참가한 50대 여성이 사우디 도착 50분을 앞두고 비행기 안에서 심장마비로 숨져 사우디 메디나시의 공공묘지에 묻혔다.
작년에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으로 상시 성지순례와 정기 성지순례가 모두 급하게 취소돼 인도네시아인 순례객 수천 명이 공항에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도네시아인이 하지에 참가하려면 통상 7∼10년, 길게는 20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아쉬움이 정말 크다는 반응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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