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외국계 3사…트레일블레이저·XM3·렉스턴 수출에 '사활'
한국GM, 부평 1공장 정상 가동에 기대…르노삼성차, XM3 유럽 공략에 총력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호조세에 월 최대 수출 실적 기록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노사 갈등 등의 악재가 겹치며 위기에 처한 외국계 자동차 3사가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수요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각 트레일블레이저(한국GM)와 XM3(르노삼성차), 렉스턴스포츠(쌍용차) 등 주력 차종의 수출 성적표가 경영 정상화의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달 수출(완성차 기준)이 작년 동기 대비 37.0% 감소한 1만1천831대에 그치며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해외 판매에서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반조립제품을 포함해도 해외 판매는 3만5천979대로 작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덮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이 4월에 일부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50%만 가동했기 때문이다.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 2공장과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도 감산했다.
부평 1공장의 시간당 생산량(60대)을 고려하면 이번 감산 조치로 한 달에 약 1만대 정도 생산 손실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공장까지 포함하면 반도체 수급난으로 최소 2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다만 지난달 31일부터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을 100% 정상 가동함에 따라 한국GM 측은 이달부터 트레일블레이저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달 실적은 정상적인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 아니고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요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많다"며 "반도체 여파가 줄어들고 정상 생산을 이어가면 수출 반등으로 자연히 판매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역시 XM3의 유럽 수출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이달부터 유럽 28개국에서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를 본격 판매한다.
올해 3월 프랑스 등 유럽 4개 국가에서 사전 출시해 3개월간 유럽 사전 판매 목표였던 7천250대를 넘어섰다. XM3의 올해 누적 수출 물량은 1만2천626대다.
XM3의 경우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판매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는 XM3의 안정적인 공급이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진행 중인 '서바이벌 플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핵심으로 보고 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도 거듭 "XM3가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유럽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을 이어갈 수 있다면 부산공장의 생산 물량 회복과 임직원의 고용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노조의 전면 파업과 직장 폐쇄 등 노사 갈등으로 일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다만 이달에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로 노조가 전날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하면서 공장을 정상 가동하게 된 것이 그나마 호재다.
르노삼성차 기업노조는 작년 5월29일 교섭 대표노조로 확정됐으나 1년이 지나도록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새미래노조 등이 재교섭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측은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했으며 자율적 합의 등의 기간을 고려하면 다음달 초에나 대표 노조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차는 지난달 내수와 해외 판매를 합해 외국계 3사 중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쌍용차의 지난달 해외 판매는 3천854대로, 작년 동기 대비 442.1% 증가하며 2016년 12월(6천5대) 이후 5년만에 월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4월 말 상거래 채권단이 납품을 재개하며 생산 활동이 재개된 가운데 수출 물량 위주로 출고 적체를 해소했기 때문이다. 4월 출시한 더 뉴 렉스턴 스포츠와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이 해외에서 1천306대 팔리며 전달보다 215.5% 증가하는 등 실적을 견인했다.
렉스턴 스포츠에 이어 지난달 출시한 2022 티볼리 등 상품성 개선 모델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현재 쌍용차는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생 조기 종결을 목표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근에는 무급휴직을 기본 2년간 시행하되 1년간 기술직 50%와 사무관리직 30%에 대해 시행하고 이후 판매 상황을 고려해 무급휴직 유지 여부를 재협의하는 내용의 자구 계획도 마련했다.
다만 인적 구조조정은 빠졌기 때문에 인수자와 산업은행 등이 납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쌍용차 노조는 7∼8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자구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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