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걸림돌 제거?'…러, 하원선거 앞두고 야권 인사 2명 체포
전 하원의원 '대출금 미상환' 혐의…야권 운동가는 항공기 탑승 중 구속
국제사회 "러시아서 비판적 목소리 설 자리 줄어…즉각 석방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러시아 정부가 9월 하원 선거를 앞두고 야권 탄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치안당국은 이틀 새 저명한 야권 정치인 두 명을 잇따라 체포했다.
외신은 전 하원의원이자 반정부 운동가인 드미트리 구드코프(41)가 이날 체포됐다고 전했다.
친정부 성향 야당인 '정의로운 러시아' 소속 하원의원이었던 구드코프는 2013년 반정부 시위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당에서 추방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체포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이 자신의 거처를 수색 중이며, 자신의 전·현직 보좌진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이렇게 하는 공식적 이유는 모르지만, 실제 이유는 명백하다"면서 당국 수색에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시사했다.
타스 통신은 구드코프가 2015∼2017년 건물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은 혐의로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최대 징역 5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드코프가 체포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에는 또 다른 야권 운동가 안드레이 피보바로프가 항공기 탑승 중 구속됐다. 그는 최근 해체된 야권단체 '오픈 러시아'의 지도부를 맡았던 인물이다.
피보바로프 측은 그가 탔던 상트페테르부르크발 바르샤바행 항공기가 이륙 직전에 회항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와 협조한 혐의로 그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보바로프는 유죄 판결 시 최대 징역 6년 형에 처할 수 있다.
두 인물의 체포를 두고 AFP 통신은 "9월 하원 선거를 앞두고 푸틴 대통령의 적들을 위협하려는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즉각적인 비판이 나왔다.
유럽연합(EU)은 피보바로프의 체포를 두고 "러시아에서 시민사회, 비판적 목소리와 독립적 언론이 설 공간이 지속해서 줄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며 그를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오픈 러시아를 겨냥한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며 "피보바로프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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