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고온 사망자 3명 중 1명은 인간발 지구온난화 탓
43개국 732곳 30년치 자료 분석…인간배출 온실가스 '역습' 첫 계량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죽음 중 3분의 1 이상이 인간 활동으로 야기된 지구 온난화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기온을 높이지 않았다면 고온 관련 사망자 3명 중 1명은 죽음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기후변화가 공중 보건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구 온난화가 보건 부담을 늘릴 것으로 예측은 돼왔지만,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망자 규모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런던 위생학 및 열대 의학 대학원'(LSHTM)에 따르면 이 대학원과 스위스 베른대학 연구진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43개국 732개 지역의 1991~2018년 자료를 분석해 얻은 이런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를 상정한 기후모델 시뮬레이션 결과와 역학조사 방식을 활용해 인간활동에 따른 온난화와 이로 인한 사망자를 가려냈다.
여름철 고온 관련 사망자는 건강에 적합한 기온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돼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했는데, 최적 기온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전체적으로 고온 관련 사망자의 약 37%가 인간 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제시하면서,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특히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혔다.
에콰도르에서는 최대 76%에 달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48~61%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고온 관련 사망자 중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20%를 약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시 별로는 칠레 산티아고 136명(44.3%), 로마 172명(32%), 마드리드 177명(31.9%), 런던 82명(33.6%), 뉴욕 141명(44.2%), 도쿄 156명(35.6%), 호찌민 137명(48.5%), 방콕 146명(53.4%)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 관련 사망자는 각 지역의 기온 변화와 거주 인구의 취약성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난 것으로 분석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은 중·저소득 국가의 국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기온은 지난 200년간 평균 1도 가량 상승했지만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0.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파라과이의 경우 1.5도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자료 부족으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의 상당 부분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이번 연구의 한계라고 인정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베른대학의 안나 비세도-카브레라 박사는 "기후변화에 대해 무언가 조처를 하지 않거나 적응하지 않으면 고온 관련 사망자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지금까지 상승한 지구 평균기온은 1도밖에 안 되며 이는 탄소배출을 계속 방치했을 때 당면하게 될 결과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책임 저자인 LSHTM의 안토니오 가스리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보건상의 위험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탐지 및 귀인 분석 연구로, 기후변화가 미래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모든 대륙에서 이미 인간 활동의 무서운 결과를 경험하고 있으며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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