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실권 위기…반대 블록 '거국 연정' 눈앞(종합)
극우성향 야미나, 연정 논의 합류…성사 시 반(反)네타냐후 블록 과반의석
궁지 몰린 네타냐후 "세기의 사기…좌파 연정 나라 위태롭게 할 것"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의 역대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1)가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 총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30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극우 정당인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는 이날 TV 앵커 출신의 야이르 라피드(57)가 주도하는 예시 아티드(17석) 중심의 '반네타냐후 블록'과 연정 구성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네트 대표는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친구인 라피드와 함께 국민적인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추락한 나라를 구하고 이스라엘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다는 것이 나의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지난 2년 반 동안 선거에 선거를 거듭하면서 나라의 기능을 잃었는데 지도부는 증오와 분열만 부추겼다"며 "2천년 전에도 우리는 내부의 혐오로 유대 민족 국가를 잃었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네타냐후 블록에는 예시 아티드 이외에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아랍계 정당연합 '조인트 리스트'(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가 참여해 57석의 의석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야미나(7석)가 합류하면 크네세트(의회) 전체의석(120석) 중 반네타냐후 블록의 의석수는 과반인 64석이 된다.
야미나를 포함한 반네타냐후 블록의 합의가 성사되면 극우부터 중도, 좌파, 아랍계를 아우르는 '무지개 연정'이 꾸려진다.
반네타냐후 블록은 이날 밤부터 연정 구성 협상에 돌입하기로 했다. 연정 구성 시한은 다음 달 2일까지다.
이 경우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임기에 이어 지난 2009년 3월 31일 재집권한 네타냐후는 이후 12년 2개월(과도정부 총리 재직기간 포함)간 유지해온 총리직을 내려놓게 된다.
네타냐후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 년간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차기 총리는 연정 내에서 순번에 따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진행된 협상에서 라피드 측은 차기 정부 임기 전반기에 베네트 대표가 총리직을, 자신은 외무장관을 맡고, 후반기에는 서로 역할을 바꾸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원내 제1당인 리쿠드당 대표인 네타냐후의 연정 구성 실패 이후 이달 초 연정 구성 권한을 넘겨받은 라피드 대표는 '네타냐후 장기 집권 종식'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승부수를 걸었다.
특히 과거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이었던 베네트 대표에게는 순번제 총리 총리제와 총리직 우선권, 상당한 내각 지분 등을 제시했다.
위기도 있었다.
지난 10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이 격화하자,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극우 성향의 베네트 대표가 돌연 연정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양측이 조건 없는 휴전에 합의하면서 꺼져가던 반네타냐후 진영의 연정 논의가 되살아났다.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마지막으로 베네트 대표와 뉴호프의 기데온 사르 대표에게 순번제 우선 총리직을 제안했지만, 반네타냐후 진영의 결속을 깨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베네트 대표의 행동을 "세기의 사기"라고 비판했고, 이어 좌파가 포함된 연립정부가 이스라엘을 위험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2019년 4월과 9월 총선 후에는 정당 간 이견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무산됐다.
지난해 3월 총선 후에는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중도성향의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성향이 다른 두 연정 파트너는 사사건건 갈등했고, 결국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양당의 갈등 속에 연정은 출범 7개월 만에 파국을 맞았다.
반네타냐후 블록의 '거국 연정' 구성이 성사되면 다행히 5번째 조기 총선은 피할 수 있지만, 정치적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정국 파행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반네타냐후 블록에 참여한 우파 정당들과 아랍계 정당들이 가장 민감한 이슈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갈등할 여지가 크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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