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국민은 내전에 신음하는데…30년 장기집권 나선 알아사드
2000년 부친 사망한 뒤 세습통치…서방과 대립하며 독재정치 계속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바샤르 알아사드(55)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27일 보도했다.
이로써 알아사드 대통령은 장기 내전으로 수많은 시리아 국민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4선에 성공하면서 독재를 이어갈 공산이 커졌다.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꼽히는 시리아 내전도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 10년 내전에 민간인 38만명 사망…주변국 개입에 상황 복잡
10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은 대규모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초래하고 시리아 영토를 황폐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3월 시리아 내전을 가리켜 "역사상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 가운데 하나"라며 내전 종식을 촉구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 유엔난민기구(UNHCR) 등에 따르면 내전 발발 이후 현재까지 시리아 민간인 38만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난민이 1천300여만 명 발생했다.
시리아 내전에는 끔찍한 화학무기까지 쓰였다.
지난해 화학무기 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알아사드 정권이 2017년 자국에서 사린, 염소가스를 사용해 화학 무기 공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가 38차례나 사용됐고 2013년에는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약 1천400명이 사망했다.
시리아 경제는 오랜 내전으로 파탄 지경이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은 10년간의 전쟁 비용을 1조2천억 달러(약 1천350조 원)로 추산했다.
영국의 자선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은 시리아 어린이의 60% 이상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유엔은 시리아인 200만 명 이상이 극빈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 내 전력망 파손, 의료 시스템 붕괴 등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심하다.
그런데도 시리아 내전은 좀처럼 종식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내전의 시작은 '아랍의 봄' 민중봉기가 중동 전역으로 번진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시리아 남서부 다라의 학생들이 담벼락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한 뒤 시민들은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알아사드 정권의 철권통치에 분노한 반정부 시위대는 삽시간에 시리아 전체를 휩쓸었다.
버락 오마바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11년 8월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했고, 아랍연맹(AL)은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했다.
그러나 알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서 반정부 시위는 내전으로 변했고 2014년부터는 이슬람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발호하면서 시리아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반군의 기세에 위기에 처했던 알아사드 정권은 2015년 9월 내전에 개입한 러시아의 도움으로 전세를 역전했다.
현재 알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영토의 약 70%를 통제하고 있으며 반군은 북서부 이들립 일대에서 항전 중이다.
여기에 쿠르드족은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해왔다.
시리아 내전은 지역 강국의 대리전이라는 점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와 이란은 알아사드 정부군을 지원하고 터키는 반군을 돕는 등 외세가 시리아 내 영향력을 위해 충돌해왔다.
러시아, 이란, 터키는 그동안 시리아 내전 종식을 논의해왔지만 아직 시리아의 포성이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
◇ 2000년 부친 이어 세습통치…"경제 악화가 도전과제"
알아사드 대통령은 중동 아랍권에서 미국 등 서방과 각을 세워오며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00년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가 사망한 뒤 바통을 이어받아 20년 넘게 시리아를 통치 중이다.
하페즈 알아사드가 1971년 대통령직에 올라 30년을 통치했기 때문에 부자가 무려 50년이나 시리아에서 철권을 휘두른 것이다.
시리아에서 의대를 졸업한 알아사드 대통령은 1994년 친형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하페즈 알아사드의 후계자가 됐다.
이후 군사관학교에서 후계자 수업을 시작해 탱크대대 지휘관을 거쳐 대령으로 예편했고 부친을 대신해 중동 각국 지도자와 회담하는 등 외교를 챙겼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000년 불과 34세에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는데 당시 시리아 집권 바트당은 대통령의 나이를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헌법을 개정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집권 초기 중국식 경제개혁 모델을 채택하고 정치범 석방, 언론 규제 완화, 국영기업 민영화 등 개혁정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집권 2년차부터 민주화 세력에 대한 탄압을 시작하고 정치개혁을 중단했다.
또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강하게 반대하며 아랍권의 반미 지도자로 위상을 굳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007년 연임에 성공했고 2014년에는 88.7%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시리아에서는 2012년 헌법 개정으로 알아사드 대통령이 2028년까지 집권할 기반을 갖췄다.
개정된 헌법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2021년부터 7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차례 더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이번에도 압도적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지만 장기 집권의 앞길이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로이터 통신은 알아사드의 최대 도전과제는 경제 악화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로부터의 송금액 감소, 미국의 경제제재 강화, 주변국 레바논의 재정위기, 러시아·이란 등 우방국의 지원 불충분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작년 11월 알아사드 정권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석유산업·군 관계자와 단체들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발표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을 겨냥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악화가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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