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팔레스타인 위해 트럼프가 닫은 예루살렘 영사관 복원"(종합)
가자지구 재건 위해 840억원 규모 원조 추진…유엔 통한 359억원 등 지출 약속
코로나19 백신 150만 회분 지원하도록 국제사회 요청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팔레스타인과 관계를 격상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폐쇄된 예루살렘 주재 영사관 재개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원조와 국제사회 기부를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도 약속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불안한 휴전'을 안정화하기 위해 중동 순방에 나선 블링컨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면담한 뒤 이같이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관계를 격상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영사관을 다시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영사관 재개관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예루살렘 주재 영사관은 과거 미국과 팔레스타인과 외교 채널이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면서 그 기능을 축소해 대사 관할하에 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시 조처는 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여기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블링컨 장관은 "아바스 수반에게 말했듯이 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및 주민과 미국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약속을 강조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관계는 상호 간의 존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동등한 수준의 안보, 자유의 기회, 존엄을 누린다는 확신에 기반을 둔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7천500만 달러(약 842억 원) 규모의 개발경제원조를 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며 "이외에도 긴급재난 지원금 550만 달러(약 61억 원)와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는 유엔 기구를 통해 3천200만 달러(359억 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그는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이런 지원이 이스라엘의 존재를 용인하지 않는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 밖에도 그동안 코로나19 백신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해 국제사회로부터 150만 회 분량의 백신 기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이 이번에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는 팔레스타인 정국 주도권이 줄어든 아바스 수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최근 무력 분쟁을 통해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신뢰를 얻은 반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아바스 수반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아바스 수반은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각각 별도 국가로 공존한다는 개념)과 이슬람의 3대 성소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전산 지위를 유지해준 미국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강제 퇴거하기로 했던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켜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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