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강제착륙 여객기 기장-관제사 교신 녹취록 공개
관제사 "기내에 폭탄 있으니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하라" 권고
기장, 처음에 "계속 목적지로 가겠다" 했다가 뒤이어 "회항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 당국이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항공사 소속 여객기를 자국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사건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벨라루스 교통부가 25일(현지시간) 사건 당일 여객기 기장과 관제사 간의 교신 녹취록을 공개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교통부 항공국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문제 여객기 기장과 관제사 간의 영어로 된 대화 녹취록을 게재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관제센터의 관제사는 지난 23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께 기장과 교신하면서,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정보가 있음을 알리고 목적지인 리투아니아로 접근하던 항공기를 민스크 공항으로 비상 착륙시키라고 권고한다.
관제사는 "당신 여객기 기내에 폭탄이 있다는 보안기관의 정보가 있다. 폭탄은 (리투아니아) 빌뉴스 상공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안전을 고려해 우리는 당신에게 민스크 공항에 내릴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장이 "어디서 그런 통보(폭탄 설치)가 왔는가. 어디서 그런 정보를 받았는가"라고 묻자 관제사는 "(민스크) 공항 보안국 요원들이 이메일을 받았다고 알려왔다. 이메일이 여러 공항으로 보내졌다"고 답했다.
기장이 다시 "민스크로 회항하라는 권고는 누구에게서 나왔나. 항공사인가, 출발지 공항 지도부인가, 도착지 공항 지도부인가"라고 묻자 관제사는 "이는 우리의 권고다"라고 했다.
12시 45분께 기장은 테러 경고 위험 수준이 적색·황색·녹색 가운데 적색(최고 수준)이라는 관제사의 답을 듣고도 목적지인 빌뉴스로 계속 비행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2분 뒤 다시 관제사와 연결해 비상상황이 일어났다면서 민스크로 회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내에는 133명이 탑승하고 있고 위험한 화물은 없다"고 신고했다.
녹취록에는 벨라루스 당국이 여객기 호송을 위해 전투기를 발진시킨 사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23일 벨라루스 당국은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자국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자국 공군 전투기까지 이륙시켜 여객기를 호송했다.
벨라루스 측은 줄곧 이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접수돼 비상 착륙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폴란드 망명 벨라루스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벨라루스 당국이 그를 구금하기 위해 여객기를 납치했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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