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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휴전 이-팔, 갈등의 근원 '동예루살렘·정착촌' 합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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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휴전 이-팔, 갈등의 근원 '동예루살렘·정착촌' 합의 있었나
이스라엘 "조건없이 휴전"…하마스 지도부 "이스라엘 성전산 등 정책 확약받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열흘간 치열한 유혈 충돌을 이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집트 등의 중재로 20일(현지시간)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다만, 이번 갈등을 촉발한 동예루살렘 성소와 정착촌 문제에 관한 휴전 조건을 둘러싸고 하마스 지도부가 이스라엘로부터 일종의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안보 관계 장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휴전안을 승인한 이스라엘은 휴전이 '상호 간에 조건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 측도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지만 일부 하마스 지도부의 언급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하마스의 고위 관리인 오사마 함단은 레바논에 본부를 둔 위성 방송 알-마야딘에 "저항은 새로운 교훈과 새로운 승리를 얻었다"며 "이스라엘로부터 성전산(Temple Mount)과 셰이크 자라 정책에 관한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점령 세력은 셰이크 자라와 알아크사 사원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전산은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유대교도와 이슬람교도, 기독교도의 성소다. 이곳에는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 중에 요르단의 일부였던 동예루살렘을 장악, 서예루살렘과 병합해 오늘날의 수도로 삼았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성전산은 현재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속하지만, 관리권은 1994년 체결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아닌 요르단이 주도하는 이슬람 종교재단 '와크프'(Waqf)에 주어졌다.
유대인과 기독교도들은 사원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사원 경내에서 기도할 수는 있는 건 무슬림들 뿐이다. 유대인들은 성전산 바깥쪽 서쪽벽에서만 기도한다.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유대인들은 동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 행사를 매년 열면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구시가지 주변을 행진한다.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간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런 유대인들의 도발에 불만을 품어 왔다.
이스라엘은 라마단 기간 이런 성전산에 공권력을 투입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충돌의 불씨를 던졌다.
셰이크 자라는 알아크사 사원에서 2㎞ 떨어진 곳으로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현지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퇴거하기로 해 양측간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이스라엘에 순종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자치정부(PA)가 하지 못한 대이스라엘 항전을 주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 했던 하마스는 휴전을 '승리'로 표현하면서 230명이 넘는 희생의 대가를 얻어냈다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그러나 압도적인 전력으로 하마스를 공격하다가 국제사회의 압박에 마지못해 휴전을 선택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입맛에 맞는 약속을 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어쨌든 양측의 엇갈린 발표 속에 휘발성이 강한 이 두 이슈는 언제든 또다시 양측간 갈등에 불을 붙일 수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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