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포탄·자동소총에 시민군 19세기 엽총으로 맞서
"정부군, 민닷서 인간방패 내세우고 민간인 조준 사격"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길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지키자"며 전국 곳곳에서 시민방위군과 자경단이 조직되고 있다.
정부군이 포탄·자동소총에 헬기·드론까지 띄워 시민군 토벌 작전을 벌이는 반면 시민들은 19세기 기술로 만든 조악한 사제총기로 맞서는 상황이다.
17일 이라와디 등 미얀마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정부군은 지난 15일 서부 친주 산악지역 민닷(Mindat) 지역을 포위하고 헬기를 투입한 공중작전과 지상 작전을 펼쳐 민간인 최소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또, 민닷 지역 시민군 8명이 숨지고, 20명 정도가 다쳤다.
약 2만명의 주민이 사는 민닷 지역은 쿠데타 발생 후 주민들이 시민군을 조직해 군경과 무력 충돌을 빚어왔다.
미얀마 군부는 민닷 지역에서 군경 사망자가 늘자 이달 13일 해당 지역에 계엄령을 내린 뒤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시민군 소탕 작전을 벌였다.
민닷 지역 시민군은 "군부가 포탄과 헬리콥터를 사용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민간인들을 구하기 위해 전술적으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친주의 인권단체(CHRO)는 "군인들은 민닷 지역을 공격하면서 민간인을 조준 사격하고, 인간방패로 내세우는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정부군은 민닷 지역 시내로 진입하면서 주민들을 무차별 검거한 뒤 최소 18명을 '인간 방패'로 내세웠고, 시민군들이 이들 때문에 반격할 수 없어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닷 지역 시민군은 16일 오전 정부군 150명을 수송하는 차량 9대를 공격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처럼 시민군이 목숨을 걸고 정부군에 저항하고 있지만, 무기부터 차이가 크다.
시민군이 들고 싸우는 무기는 19세기 방식으로 집에서 만든 엽총, 사제폭탄뿐이지만 정부군은 기관총과 자동소총, 수류탄, 유탄발사기까지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군경은 시민들의 무장 저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싹을 잘라야 한다'는 전략으로 초기 진압에 집중했지만, 총을 드는 시민은 점점 늘고 있다.
칼레이 지역 시민군은 "우리는 제대로 된 무기가 없다. 대원 10명이 있다고 치면 6명만 사냥총, 공기총이 있고 나머지는 그마저 없다"며 "하지만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카니 지역 시민군은 "정부군과 맞붙은 날 우리 대원 중 일부는 공기총을, 나머지는 새총을 들고 있었다"며 "우리가 가진 공기총은 한 번 쏘고, 다시 장전해 쏘는데 3분이 더 걸린다. 재장전하는 동안 새총을 열심히 쏘긴 했지만, 약 4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증언했다.
민닷 지역 시민군 소탕 작전을 접한 양곤 주재 미국 대사관은 "군부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 민간인에 대한 전쟁 무기 사용은 정권이 권력 유지에 얼마나 깊이 빠져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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