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원 투자
종전 계획보다 38조원 확대…파운드리 가속화
평택 P3 내년 하반기 완공…메모리 초격차 전략 속도
반도체 생태계 조성 협력도 강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부문의 투자금액을 171조원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가 되겠다는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한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캠퍼스 P3 라인을 내년 하반기까지 완공해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초격차' 전략을 가속화한다.
◇ 시스템 반도체도 1위 목표…투자 금액 38조원 확대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은 1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향후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시설투자를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9년 4월 정부와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밝힌 133조원보다 투자금액을 38조원 늘린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은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비전 선포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2년 간 반도체 제조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공급망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 학계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주요 구성원 간의 상호 협력을 활성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2위인 삼성전자는 17%로 TSMC의 3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의 TSMC가 3년간 1천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고,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는 공장은 최대 6개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계획에 나서며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릴 태세다.
최근에는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인텔마저 파운드리 투자 확대를 선언하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반도체 자립 계획은 삼성전자는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날 투자 확대 계획은 우리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부응하면서 최근 산업 전반에 걸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속에 점차 격화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미국 오스틴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규 공장 증설을 검토중이다. 이달 21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투자계획이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평택에 최첨단·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반도체 초격차 강화
국내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가속화한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재 공사가 한창인 평택 3라인(P3)을 2022년 하반기에 완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공개했다.
평택 P3 라인은 공장의 길이가 700m로 P2(400m) 라인의 1.7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린룸의 규모는 축구장 면적의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 곳에 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비롯한 최첨단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P3라인의 전체 투자 규모는 각각 30조원 가량이 투입된 P1, P2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된다.
대당 2천억원이 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많이 쓰는 삼성전자의 라인 특성을 고려할 때 P3 전체 투자비가 줄잡아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융합한 'HBM-PIM'과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초격차를 유지하며 세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도 앞장
삼성전자는 이날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과 지원·투자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대상으로 설계자산(IP)을 공유하고 시제품 생산 지원하기로 했다.
또 협력사 기술교육 등 다양한 상생 활동을 확대하고 공급망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는 물론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학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파운드리 분야는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많은 팹리스 창업이 이뤄지며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부가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운드리 사업 확대가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크지만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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