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우주 패권' 치열한 기싸움…로켓 잔해 안전·책임성 공방
미국 "우주 파편에 관한 기준 충족 못 해…책임감·투명성 중요"
중국 "정확하게 예측 지점 떨어져…친환경 연료로 환경오염 없어"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지난달 발사한 로켓 창정(長征)-5B호 잔해가 바다에 추락하면서 우려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우주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미국과 중국의 공방이 안전성·책임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우주 파편에 관한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중국은 로켓 잔해가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정상이라며 정확하게 예측지점에 떨어졌다고 맞섰다.
지상에 추락할 수 있다거나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모두 산화할 것이라는 양국의 당초 예상이 모두 빗나간 가운데 본격적인 우주개발 과정에서의 양국 간 갈등 격화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유인항천(航天·항공우주) 판공실은 창정-5B호 잔해가 9일 오전 10시 24분(베이징 시간·그리니치표준시 기준 2시 24분)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소멸했으며 일부는 인도양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 미국 "중국, 우주 파편에 관한 기준 충족 못 해"
미국은 창정-5B호 잔해의 인도양 추락 직후 중국이 우주 개발 관련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로켓은 우주개발 임무가 끝나면 다시 지구로 돌아오도록 설계한다.
대부분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불에 타지만, 일부 잔해가 떨어지더라도 바다에 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로켓은 그런 통제장치가 없어 지구로 재진입할 때 자칫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우주여행을 연구하는 국가들은 우주 물체의 재진입 시 지구의 사람과 재산에 관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런 운용에 관한 투명성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우주 파편에 관해 책임감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중국은 우주 활동의 안전과 안정성, 보안,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책임감 있고 투명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리더십과 책임있는 우주 행동을 촉진하고자 국제사회와 협력하길 희망한다"며 중국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 중국 "로켓 잔해 정확하게 예측지점 떨어져"
중국은 로켓이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대부분 연소했고, 잔해 일부도 정확하게 예측지점에 떨어졌다고 맞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중국이 로켓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주장은 미국의 질투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중국 항공우주 당국은 로켓 잔해의 모든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했고, 추락 지점도 정확하게 예측했다"며 "로켓은 설계 단계부터 추락 시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억압하고 로켓 잔해 문제로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며 중국 위협론을 부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로켓 잔해의 바다 추락에 따른 환경 오염 가능성도 일축했다.
중국 우주 전문가들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에 "중국 로켓은 경량 소재로 이뤄진데다 대기권 재진입 시 대부분 쉽게 타버리게 돼 있다"며 "친환경 연료를 사용해 수질 오염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주패권' 경쟁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중국
창정-5B호의 바다 추락에도 중국 우주 당국의 무책임한 행동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 하버드대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트위터에 "해상 추락은 통계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며 "중국이 도박에서 이긴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무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창정-5B호 발사를 계기로 중국의 수준 높은 항공우주 기술력 선보였다며 치켜세우고 있다.
특히 창정-5B호가 중국의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를 성공적으로 실어 보냈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 등 중국 매체들은 이번 일을 시작으로 중국이 자국의 첫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향후 2년간 10차례 로켓 발사 등 바쁜 여정에 돌입했다면서 우주정거장은 2022년까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새 우주정거장이 완공되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참여를 배제한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4년 ISS가 폐쇄되면 중국의 우주정거장이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된다는 점도 중국의 '우주 굴기'를 부추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이 폐쇄되고 중국이 운영하는 우주정거장이 세계 유일 우주정거장이 된다는 점 때문에 중국의 항공우주 기술 발전을 질투하고 있다"며 로켓 잔해 추락과 관련된 '중국 책임론'은 이러한 질투심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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