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문가가 본 한국예능 성공비결…"비판할 점은 비판"
"제작자·수용자 사이에 긴장감…올바름과 재미 양립"
"1위 기업이 시장 선도…국내 시장 협소해 해외 진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 예능이 국제사회에서 호평받는 것은 모순을 직시하는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일본 전문가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케이(K)팝이 아시아를 제패한다'(2011년), '한국영화·드라마-우리들의 수다 기록'(2021년) 등의 저자인 니시모리 미치요(西森路代) 작가는 "정권이나 재벌의 부패, 경쟁사회의 부정적인 면도 있다. 그런 측면도 외면하지 않고 표현하는 자세가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한국 예능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배경을 분석했다.
그는 한국 예능 산업을 주제로 10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과의 특집 인터뷰에서 각국의 한국 예능 수용자는 다양하지만 '사회를 제대로 주시하며 살겠다'는 정신이 전달된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이같이 해석했다.
니시모리 작가는 한국 연예 산업에 "만드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계에도 긴장감이 있다. 작품은 독립한 존재로 간주하며 비판할 점은 비판한다. 이런 환경에서 '올바름'과 '재미'를 양립시킨 영화가 나왔다. 아이돌도 여성 멸시 등 발언을 하면 문제라고 팬들이 지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라면 그냥 수용하는 경향이 강하며 영화는 '작품은 감독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지나치면 자유로운 비판이나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그 결과 일본은 국내 흥행작과 해외에서 호평받는 작품 사이에 괴리가 생기지만 한국 작품의 경우 국내와 해외에서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니시모리 작가는 덧붙였다.
와카바야시 히데키(若林秀樹) 도쿄(東京)이과대 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는 선두 기업에 엘리트가 모이고 2위 이하를 선도한다. 1명의 천재가 전원을 먹여 살린다는 발상인데 이것도 예능 산업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제품 회전 주기가 3∼5년으로 일본 기업에 비해 짧고 시장이 1억 대를 넘는 규모의 상품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데 예능 산업은 회전 주기가 짧고 인터넷을 통해 시장이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 풍토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정보를 날카롭게 잘 분석하는 점도 예능 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장호 CJ엔터테인먼트 상무는 한국이 "일본과 비교해 CD나 DVD 시장이 압도적으로 작고 인구 5천200만 명의 내수를 노리기만 해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며 국내 시장이 협소한 것이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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