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묶으니 거래 '뚝'…반포·노원 등 '풍선효과'?
여의도·압구정·목동 등 규제前 활발했던 거래·문의 규제後 끊겨
압구정 옆 반포동, 규제피한 상계·월계동 등 거래 늘고 가격 올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국기 기자 =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의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자 이들 지역은 거래가 잠기고 매수 문의가 급감하는 등 과열 양상이 일단 잦아든 분위기다.
다만, 거래 급감에도 집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실수요자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지역은 매수세가 옮겨가며 풍선효과도 일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비껴간 노원구 등의 주요 재건축 단지에는 투자 수요와 실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며 매물이 줄고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규제 발효 전 '반짝' 거래 증가…이후엔 거래·문의 '급감'
2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발효 후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지역의 중개업소는 한산한 분위기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방침을 발표한 지난달 21일부터 규제 발효일인 지난달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반짝'하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며 시장이 뜨거웠는데, 규제 발효 후 시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는 게 중개업소들 얘기다.
양천구 목동 M 공인 대표는 "오세훈 시장 당선 후 재건축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쪽 단지들은 급매가 빠지고 매매가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뉴스가 나오자 그동안 매수·매도를 고민하던 사람 중에 결심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2단지는 일주일 사이 신고된 거래만 5건이다.
전용면적 122.31㎡는 지난달 24일 20억9천만원(3층)에 이어 하루 뒤인 25일 23억5천만원(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목동신시가지 3단지 전용 122.35㎡도 지난달 24일 24억원(5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해당 평형은 작년 12월 21억원(2층)에 최고가 거래 뒤 4개월 동안 거래가 없다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방침이 알려지자 기존 신고가에서 3억원 오른 값에 매매가 이뤄진 것이다.
목동 S 공인 관계자는 "일주일 동안 거래가 10건 넘게 성사되며 활발한 분위기였는데, 지난달 27일 이후 문의가 거의 끊기고 거래도 스톱됐다. 실수요자 몇 분만 급매가 없는지 눈치보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은하아파트 전용 121.52㎡가 지난달 24일 21억원(7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3월 역대 최고가격으로 매매된 19억5천만원(12층)보다 한 달 만에 1억5천만원 올랐다.
인근 A 공인 대표는 "작년에 강남 쪽이 엄청나게 오를 때 여의도는 더디게 올랐는데, 올해 들어 선거 전후로 재건축 빨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한 달 사이 호가가 2억원씩 뛰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여기는 가격은 꺾이지 않고 있고, 문의 전화도 간간이 온다"고 전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까지 6개 특별계획구역 중 4곳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로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였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까지 더해지며 거래가 멈췄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 조합설립 후 아파트를 매수하면 2년간 직접 거주해야 입주권을 주기로 해 단지마다 조합설립 전까지 매수세가 몰렸고, 조합설립 후에는 거래가 끊겼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 얘기다.
압구정동 K 공인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뒤에는 거래가 섰는데, 그다음 수순으로 재건축 속도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호가는 오히려 높아지는 분위기"라며 "서울시가 비정상 거래 조사를 강화하고 시세조작 등이 적발되면 재건축 추진 순위를 뒤로 미루겠다고 경고하면서 일단 이쪽은 서로 정보 공유만 하면서 숨죽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분위기도 비슷하다.
성수동 T 공인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이후 성수동은 문의가 끊겼고 매수·매도자가 다 없다"며 "주택 소유자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이번엔 미뤄졌던 건축심의가 되겠다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한남동 쪽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지도 투자자들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 압구정 재건축 묶자 반포 신축 관심↑…노원구 중저가 단지에도 매수세 늘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편입된 지역은 거래가 급감한 반면, 인근 지역은 거래가 살아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 효과로 거래가 멈춰선 압구정동 인근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최근 아파트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주 반포동에 있는 초고가 단지인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 3곳에서 10여건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포동 R 공인 관계자는 "한동안 거래가 뜸했었는데, 다시 거래가 되고 있다. 압구정 쪽이 재건축 이슈를 타고 강세를 보이다가 규제로 거래가 막히니 이쪽 신축으로도 알아보는 매수자가 있다. 재건축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하니 재건축이 끝난 신축도 같이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과 반포동 사이에 있는 잠원동 역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해졌다.
인근 Y 공인 대표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가 조합설립 이후 물건이 잠기자 잠원동 재건축 단지로 문의가 늘어났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이런 분위기가 더 넘어온 것 같다"며 "아직 실거래 신고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주 잠원동 한신2차에서 전고점을 넘은 계약이 체결됐다"고 전했다.
목동과 가까운 강서구 염창동도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며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염창동 동아3차 전용 84.87㎡의 경우 작년 12월 처음 10억원(3층)을 넘긴 뒤 올해 3월 10억8천만원(23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현재 호가는 11억5천만∼12억원 수준이다.
염창동 D 공인 관계자는 "아직 투기 세력이 몰려들었다거나 하는 징후는 없지만, 학군 등 이유로 실거주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현재 매물이 2∼3개 수준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한 노원구 상계·중계·월계동 일대에도 중저가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투자·실수요 등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상계동 N 공인 대표는 "압구정 등 4개 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직후 노원에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4개 지역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이쪽 재건축 단지로도 눈을 돌리는 걸로 보인다. 문의가 굉장히 많아졌고, 물건이 들어가면서 가격도 계속 오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N 공인 대표는 "상계5단지의 경우 이달 말 조합설립인가가 나올 텐데, 그 전에 자녀 명의로 투자하려는 경우도 봤다. 자금출처 조사에 대비해 합법적으로 증여세를 내고 투자를 하는데 전세를 낀 갭투자 방식으로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월계동 M 공인 대표는 "오 시장 당선 후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가 난 뒤 노원구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현재 재건축추진위 설립도 안 된 상황이고 2년 실거주 요건을 규제한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여서 더 그렇다"며 "실거주자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redfl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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