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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인도, 백신 수송도 가히 '지상 최악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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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인도, 백신 수송도 가히 '지상 최악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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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인도, 백신 수송도 가히 '지상 최악의 작전'
WSJ, 오지까지 '산 넘고 물 건너' 2천400㎞ 수송경로 추적
교통불편에다 통계부실·불신조장 등 갖은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신음하는 인도에서 마지막 희망인 백신 보급도 난제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국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나 정작 자국민에게 접종하는 데에 여러 걸림돌이 존재한다.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데다가 국토도 넓은데, 교통 오지도 즐비하고 국가 통계가 부실해 접종 대상자들의 윤곽마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인도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생산돼 접종될 때까지 여정 하나를 26일(현지시간) 소개했다.
공장에서 나온 백신은 트럭, 비행기, 스쿠터, 모터보트, 등짐으로 2천400㎞를 넘게 이동한 끝에 한 교사에 어깨에 도착했다.
그 과정에 열악한 현실을 딛고 보건 위기를 극복하려는 인도의 고충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출발지는 서부 푸네에 있는 백신 공장, 목적지는 동부 미조람주 오지에 사는 교사 술로차나 차크마였다.
올해 1월 13일 공장에서 나온 백신은 육로로 30분을 이동해 푸네 공항에서 민항기 화물칸에 실렸다.
백신은 당국의 방사형 배급 방침에 따라 일단 지역 거점으로 옮겨진 뒤에 세부 지역을 찾아간다.
차크마에게 가는 백신은 미조람주의 지역 거점인 콜카타에 도착해 하루 묵은 뒤 비행기를 갈아타고 미조람주 주도 아이자울로 향했다.

백신 보급은 여기에서부터 본격적인 어려움에 직면한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사이에 낀 아이자울은 평지가 거의 없는 산악 지역이다.
미조람주 인구 150만명은 멀리 떨어진 여러 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다. 길이 험해 직선으로 160㎞ 떨어진 곳을 가는 데 10시간이 걸릴 정도다.
오는 6월 우기가 오면 그나마 있는 좁은 비포장 산길도 사용할 수 없는 까닭에 당국은 조바심으로 속이 타들어 간다.
아이자울에 1월 14일 도착한 백신은 다시 8시간 동안 차를 타고 또다른 세부 거점인 룽글레이로 옮겨졌다.
여기에서는 접종 대상자를 확인하고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작업이 이뤄진다.
백신은 그 절차를 위해 룽글레이에서 무려 두 달을 머물다가 3월 11일에야 냉장고 밖으로 나왔다.
지역 보건 공무원들은 백신을 등에 짊어지고 스쿠터를 타고 카우트렁투이푸이 강가로 갔다.
거기에서 보트를 갈아타고 강 하류로 내려가 눈수리 마을에 도착했다.
흙이나 대나무 집이 모여있는 눈수리 마을에는 임시로 세운 백신접종센터가 있다.
여기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당국은 올해 5월까지 45세 이상에게만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으나 자기 나이를 모르거나 짐작만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미조람주 오지에는 1980년대 전까지 공식 출생증명서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연락마저 닿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대상자 확인을 위해 몇 시간씩 사람을 찾아다니는 직업까지 생겨났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독교 인구가 많은 미조람주를 상대로 백신접종이 신앙생활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집단까지 설쳤다.
교사 차크마는 긴급소식을 알릴 때 사용하는 마을회관 스피커에서 고령자들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접종센터에 왔다.
차크마는 그렇게 인도를 가로질러 산 넘고 물 건너온 백신을 공장출고 2개월만인 3월 11일에 접종할 수 있었다.
인도는 올해 가을까지 3억명에게 백신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창궐이 심각해지면서 부담이 커졌다.
최근 인도에서는 하루 신규확진자가 35만명 정도씩 늘어나고 매일 2천명이 넘게 숨지고 있다.
실제 상황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나쁘다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져 인도주의 위기가 닥쳤다는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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