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시신 쌓이는 로마…2천여구 3개월째 대기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 증가에 더해 관련 공기업 '관료주의' 지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숨진 가족 장례 치르려면 3개월 이상 기다려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이탈리아 수도 로마가 사망한 이의 시신을 땅에 묻거나 화장하는 장사(葬事) 서비스 부실로 비판을 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일 파토 쿼티디아노(Il Fatto Quotidiano)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에서는 현재 2천여 구의 시신이 3개월 넘게 안식을 취할 곳을 찾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돼 있다.
유가족은 망자의 시신을 임시 안치소 등에 놔두고 차례가 돌아오길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 당국에서는 왜 이렇게 장기간 기다려야 하는지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아 유가족의 분노를 키운다.
지난 2월 숨진 아들의 장례를 아직 치르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PD) 소속 한 하원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 당국의 부실한 공공서비스를 공개 비판했다.
로마에서는 'ama'(Azienda Municipale Ambiente)라는 이름의 시 산하 환경공기업이 쓰레기 수거와 함께 장사 업무까지 맡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ama는 코로나19 사태로 사망자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보다 고질적인 관료주의 폐해가 부른 '인재'라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2017년 이후 수년간 시립 공원묘지와 화장장 개선·확충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도 어떤 변화도 주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심지어 한 장례업체는 최근 마땅히 해야 할 공공서비스 업무를 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등 혐의로 ama를 수사당국에 고발하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사과하고 사태의 진상과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로마시를 비판한 민주당 의원에게 별도로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 소속인 라지 시장은 엉망인 공공서비스 개선을 내걸고 2016년 사상 최초의 여성 로마시장으로 당선됐으나 이후 5년간 아무런 개선이 없었다는 비판이 많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실시되는 로마시장 재선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25일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3천158명, 사망자 수는 217명이다. 누적으로는 각각 396만2천674명, 11만9천238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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