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시험대 오른 모디 인도 총리 지도력
유세·힌두교 축제 방치 등 방역 실패 지적 목소리 나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나라를 이끌었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모디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2014년 집권 후 2019년 재선까지 견고하게 지지 기반을 넓혀왔지만, 이번 사태가 향후 정치 행보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등에서는 모디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일찍 방역 빗장을 풀었으며 최근 확산 과정 대처에도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공격이 집중된 부분은 모디 총리가 참여한 주 의회 선거 지원 유세다.
모디 총리는 최근까지 몇 달 동안 웨스트벵골주, 타밀나두주 등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이들 지역은 인도의 정치적 거점으로 모디 총리 외에도 여러 여당 거물들이 지역을 누비며 유세를 이어갔다.
유세장마다 대규모 '노마스크' 인파가 몰려들었고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채 밀집한 상태로 행사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때 모디 지지자였다가 이제는 등을 돌린 지역 시민운동가 판차난 마하라나는 26일 블룸버그통신에 "이렇게 위중한 상황에서 모디 총리는 코로나19가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디 총리는 이제 말을 그만하고 사람들의 목숨과 생계를 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부터 열리고 있는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에 대한 모디 정부의 태도도 비난 대상이다.
힌두교 신자들은 쿰브 멜라 축제 기간 강물에 몸을 담그면 죄가 사라지고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쉬워진다고 믿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밀듯 밀려들었다.
입수(入水) 길일에는 하루 최대 수백만 명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야권에서는 모디 총리가 이 축제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은 축제의 배경이 힌두교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뉴델리에서 진행된 이슬람 종교집회와 관련해서는 참석자 체포 등 강력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백신 공장'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백신 부족 현상이 빚어지는 등 백신 접종이 기대만큼 빨리 진행되지 않는 점도 모디 총리에게 부담이다.
인도에서는 지난 1월 16일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며, 이날까지 약 1억4천190만회분의 접종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2회까지 접종을 마친 이의 수는 13억8천만 인구 가운데 1.6%인 약 2천260만명에 불과하다.
여론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모디 총리는 지난 23일 웨스트벵골주 유세를 취소하고 대국민 연설 등을 통해 민심을 달래고 방역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디 총리는 전날 라디오 연설에서는 "인도가 감염의 폭풍에 흔들리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동시에 여론을 통제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인도 정부는 최근 트위터에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글 수십 개를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모디 총리의 정국 장악력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여당 인도국민당(BJP)이 연방 의회를 완전히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국 28개 주 가운데 여권 연합에 의해 장악된 곳이 17개 주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인도 인구의 80%가 힌두교도라는 점도 모디 총리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으로 여겨진다. 모디 총리는 지난 1월 조사에서도 74%의 높은 지지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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