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나무 수십여 그루 '벌목 테러'…영국 전원마을 발칵
나무 기둥 톱으로 잘린 채 잇따라 발견…경찰 수사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나무를 가져가지도 않으면서 왜 베어놓나요? 이건 정말 못된 만행입니다. 누군가가 역사 깊은 나무들을 잘라내고 있어요."
푸르게 우거진 숲의 경관을 자랑하는 영국 한 마을에서 최근 나무 수십 그루가 한밤중에 톱에 베여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약 한 달 전 잉글랜드 남부 서리 카운티 엘름브리지 지역에 있는 코범 마을에서 나무 여러 그루가 누군가의 톱에 잘려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이후 다른 여러 마을에서도 몸통이 베여 넘어진 나무들이 잇따라 목격됐고, 주말이었던 지난 17∼18일엔 주택가 인근에 있던 나무 여덟 그루가 한꺼번에 잘렸다.
벌목된 나무들 인근에 살고 있던 한 주민은 "가족 모두 잠을 안 자고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정말 불편하다. 이번에 잘려 나간 나무는 정말 아름다웠다.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갈 정도였다"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지난 한 달 동안 이렇게 희생된 나무의 수는 50그루에 육박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주민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한데 뭉쳐 야간 순찰대를 조직하고, 페이스북에 그룹을 개설해 상황을 공유하고 나섰다. 이 그룹에는 주민 등 1천200여 명이 가입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주민들의 순찰을 주도하고 있는 롭 대시는 "이는 긴급 상황"이라면서 "누군가가 나무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그룹을 만든 캐머런 플린(21)은 "범인이 우리랑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면서 "몇몇 사람들은 이 미치광이가 전기톱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나무를 베고 있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나무들은 잇따라 잘려 나가고 잔해들이 도로와 길가에 널브러져 교통을 방해하기도 하는 등 피해가 커지자 경찰은 지난달 21일 마을에 이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용의자 추적에 애먹던 경찰은 주민의 협조를 얻은 끝에 지난 23일 전기톱 여러 개와 나무 부스러기들을 자택에 보관하고 있던 24살 남성을 재산 피해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서리 카운티 경찰은 "지난 몇 주 동안 범인을 찾기 위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자동으로 인식된 차량 번호판 데이터를 확인했다"면서 "그간 주민들로부터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진범 여부와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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